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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May 16. 2021

그 많지도 않은 월급은 다 어디로 갔을까

셀프로 진단하는 '영수증'



잔고 36만원...


나는 두번 눈을 느리게 꿈뻑거렸다. 어떻게 이런일이? 그도 그럴것이 월요일 내 잔고는 분명 90만원 대였다. 일주일만에 60만원 가량이 증발하다니... 나 모르는 사이에 사기라도 당했단 말인가? 아니, 아니, 그럴리는 없었다.


일주일간의 소비행태를 하나씩 뜯어보기 보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먼저 큰 지출이 두건 있었다. 오피스텔 관리비, 청약통장... 하, 그래... 이건 인정이지. 여기 오피스텔 관리비가 비싸긴 해. 빨리 이사를 가던지 해야지. 큰 금액이었지만 예상을 못한 비용은 아니었기에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그래 여기서 34만원이 빠져나갔고...




돼지갈비 5만원, 홈플러스 5만원... 돼지갈비는 승진 기념으로 친한 언니에게 한턱을 낸 것이었다. 내가 백수시절에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고 한 귀인이었던 사람. 그래, 이 5만원은 하나도 아깝지 않지. 홈플러스 5만원은 우리집에 놀러온 동생과 사촌동생을 대접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냥 삼겹살만 구워서 내줬다. 그래그래 뭐 이것도, 세명이서 식사하는데 5만원이면... 제주 삼겹살을 먹었는데, 이것도 안쓰고 어떻게 살아?


안경 9만원. 요놈, 요놈... 큰 지출이 여기 숨어있었구나. 최근에 안경을 하나 맞췄다. 안경을 맞춘지는 거의 10여년 만이다. 맨날 다리가 다 휘어져있는 (오직 집에서 쓰는) 안경을 쓰고 있다가, 그 마저도 쓰면 흘러내리고 그래서 드디어 맞춘거였다. 그래 이것도 인정이다, 솔직히. 안보이는데 어떻게 해. 그래도 아는데 가서 한거라 안경테랑 렌즈도 할인받은건데 이건 킹정이지




친구랑 차 마시러 간 전통찻집, 친구가 감자튀김 먹고싶다고 해서 보내준 기프티콘.. 이것도 아깝지는 않았다. 그래 내가 받은걸 생각해봐라, 친구가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ㅠㅠㅠㅠㅠ


배달음식 1만 5천원 2건... 이건 좀... 깊은 반성의 시간이 시작됐다. 현타가 오긴 했다. 1인 가구인 내가 굳이 배달음식을 두번이나 시켜 먹었네. 하나는 마늘닭죽, 하나는 부리또. 아니 뭐 컨디션이 안좋아서 배달이 최선이긴 했는데... 굳이... 쓸 필요는 없었을...텐데. 다음주는 장을 봐서 배달음식을 줄여봐야지, 꼭 그래봐야지.


 외에 자잘한 소비들이 많았다. 동네 마트에서 시리얼하고 우유  사서 1 5천원, 미용실 예약금 1만원, 자전거 대여비 1 5백원, 네이버 시리즈온 결제비 (포인트 써서) 142... 그렇게 더해보니  61만원의 소비가 있었다. .. .. ..


이미 가정의 달, 어버이날+어린이날로 인해 5월 초부터 통장이 박살난 상태였다. 그래서 이미 한차례 긴축재정을 선언했었는데... 그랬었는데... 홀쭉해진 통장을 부여잡고 멍하니 비오는 날 창밖만 바라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렇다. 내 소비가 잘 못됐다기 보다는... 그냥 내 월급이 적은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내가 뭐 샤넬을 샀냐 구찌를 샀냐. 소고기를 먹은 것도 아니구, 참치회를 먹은것도 (훌쩍)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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