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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Aug 23. 2021

구글의 신에게 묻습니다

"정말 direct/none 은 분석할 수 없는 것인가요?"



왜 갑자기 이 날, 신규 이용자가 늘었지?


나는 구글 애널리틱스를 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이건 분명한 사건(?)이었다. 하루 이틀 이 세계의 발을 들인 게 아닌데 분명 디지털 세계, 특히 구글 애널리틱스의 세계에선 반드시 결과에 상응하는 원인이 있었다. 그동안의 나라면 항상 정답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 날 왜 이렇게 uv가 이렇게 늘었어?"

"아 그때 오후 4시경에 0000 검색량이 폭증하면서 cpc 유입이 확 늘었어요. 실시간 인기 동영상의 유튜버가 관련 아이템을 언급했거든요"


"신규 가입자수가 지난달 대비 줄었는데?"

"여기 보시면 알겠지만 마케팅 프로모션 기여비율은 오히려 늘었어요. 저희 신규 고객 유입경로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게 고객의 추천인데 이번 달에는 추천을 통한 고객 유입이 줄어든 게 원인이고요"


이렇게 말이다. (아 참고로 실제로 내가 했던 말이었다)


-




금-토의 신규 사용자수가 전주에 비해 높네?


시작은 단순했다. 구글 애널리틱스로 주간 uv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신규 사용자 세그먼트에서 금-토의 uv가 지난주 금-토에 비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당황하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획득-소스/매체] 보고서에서 채널별 유입을 확인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하필이면 유입수 차이가 극명했던 채널이 direct/none이었던 것이다.





direct/none에서
전주 대비 65% 유입이 증가했네?


아... 왜 하필 direct/none 이란 말인가. 나는 절망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direct/none의 구글 가이드적 정의는 '즐겨찾기, 직접 url 입력 등'으로 분류된다. 갑작스러운 유입 상승의 소스/매체가 direct/none 인 경우는 여태껏 한 번도 없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게다가 신규 사용자다. 신규 사용자가 GA상에서 확 증가했다면 첫째 광고를 통한 유입이 가장 자연스럽고(cpc) 둘째 그게 아니라면 브랜드 검색량이 늘어 네이버나 구글에 브랜드를 검색해서 들어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organic 혹은 brandsearch) 그런데 뜬금없이 direct/none 이라니? 예? direct/none이요?



해보자는 거지, 어?



방법 있나. 쪼개서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만만한 순으로 점검에 들어갔다.


첫 번째, [기기 카테고리]


모바일에서 64% 늘었다. pc에서도 55% 늘었다. 그냥 다 늘었다. 특정 기기의 영향은 아닌듯했다.


두 번째, [방문 페이지]


솔직히 여기에서 뭔가 실마리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에는 '어 이거다?' 싶었다. 특정 카테고리의 방문 페이지 뷰가 89%나 상승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곧 스크롤을 내리고는 망연자실했다. 다른 카테고리는... 150%나 늘어있었다. 심지어는 300% 이상 증가한 페이지도 있었다. 늘어난 신규 이용자 수의 비례하여, 웬만한 카테고리가 다 높은 비율로 증가해있었다. (그래도 89%보다는 300%가 의미 있는 것이냐고는 묻지 말자. 89% 증가한 페이지가 획득 사용자수는 훨씬 컸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입이 전주 대비 급상승한 페이지는 하나같이 '원래' 고객이 많이 찾는 카테고리였다. 이변은 없었다. 이번에도 실마리는 찾을 수 없었다.


갑자기 오기가 생겨서 온갖 보조지표를 따져보았다. 사용자 유형, 브라우저, 운영체제, 휴대기기 모델... 기타 등등 기타 등등. 하지만 어느 하나 '이거구나' 싶은 게 없었다. 정말이지... 처음으로 맛보는 절망스러운 상황이었다.




 

어? 신규 이용자 수가
금요일 오후 4시부터 급증했네?


그나마 유의미한 차이라고 한다면 시간대별 유입이었다. 특히 금요일. 금요일은 신기하게도 오후 4시부터 유입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원인을 찾지 못했다. 마케팅 액션으로 인한 것이었다면 이미 소스-매체에서 direct/none으로 찍힐 리 없었을 거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유입이 폭증한 오후 4시부터-6시까지의 모든 마케팅 액션을 검토했다. push, 카카오톡 채널, cpc, da, lms, crm 자동화 툴, 공식 sns... 어느 것 하나 저 시간대 유입 폭증의 원인이 된 것이 없었다. 브랜드 검색량과 앱 다운로드 수도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원인이 될만한 '거리'는 없었다.


외부요인이었다면 검색량이 늘었을 거고, 내부 요인이었으면 저 때를 기점으로 뭔가 진행된 액션이 있었을 텐데... 검색량도 늘지 않았고 모든 마케팅 액션을 점검해봤음에도 불구 해답은 찾을 수 없었다. 


뭐야 김 빠지게!


그래 그렇다. 나는 이렇게 실패했다. 하지만 왠지 오늘의 실패의 과정을 기록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지금보다 내가 더 GA를 잘하게 돼서 '이딴 걸 고민했었다니?' 하면서 이걸 보고 웃음 짓는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 두 번째는, 지나가던 구글의 신께서 '그거 이거잖아요' 하면서 혹시나 댓글로 정답을 내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 때문이다…


정말이지 모르겠다. 도대체 왜 저날 그 시간대에 신규 사용자 유입이 폭증한 것일까? 구글의 신이 계시다면 간절히 묻고 싶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direct/none 정말이지
 분석할  없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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