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퐝메리 Sep 22. 2021

행복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고향이 어디야?


추석 연휴 전날. 점심을 함께 먹던 임원분이 '고향이 어디냐' 고 물었다. '글쎄요 고향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어색한데요'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수도권에서 태어나 수도권에서 자랐다. 고향, 이라고 하면 어쩐지 들판이 드넓게 펼쳐져있고 마당이 있는 집이 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 도시의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에서만 살아온 나로서는 어쩐지 '고향'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초중고는 모두 분당에서 나왔어요


오래 자라온 곳을 고향이라고 한다면 내게는 분당이 고향일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나는 분당에 있는 학교를 다녔다. 평생을 분당에서만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분당에서 가장 오래 살았으니 어쩌면 고향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친구들은 모두 이곳을 떠났고, 나의 가족도 이제 이곳에 없지만 나는 여기, 아직도 분당에 머물고 있다.







탄천에서 자전거를 타면 기분이 조크든요


주말마다, 아니 적어도 2주에 한 번씩은 나는 탄천을 따라 자전거를 탄다. 우리 집에서 20여분을 달리면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가 나온다. 그곳을 지날 때면 항상 그 시절이 떠오른다. 야자를 끝내고 친구들과 저 길을 걸어 나오곤 했었는데. 시험이 끝나면 탄천을 건너 서현역에 가서 놀곤 했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10대의 내가 언제라도 나타나 교복을 입은 채 나를 마주 보고 있을 것 같다.






해질녘, 뮤지컬 넘버, 바람부는 날의 자전거


해질녘에 자전거를 타고 탄천을 달렸다. 추석 연휴에 만난 가족, 그리고 친구. 모두가 곁에 있어서 행복했지만 비로소 혼자가 된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느꼈다. 좋아하는 노래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누군가 내게 행복이 뭐냐고 묻는다면 '바람 부는 날에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를 들으면서 탄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매일매일 하늘은 다르고, 매일매일 바람은 또 달라서. 나는 자전거를 탈 때마다 행복하다. 내가 자라고 살아온 곳의 공기를 마주할 수 있다는게, 작년에도 올해도 변함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게. 살아가는데 있어 큰 힘이 된다. 안녕, 고마워. 어제도, 오늘도, 다가올 내일까지도!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내게 좋은 사람이 오도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