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욕구가 드는 날에는 곽철용을 떠올리는 것이 좋다
회사는 교통수단 같은 것
어느날 트위터에서 인상적인 글을 봤다. 요는 그랬다. '회사는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교통수단 같은 것이니 아니다 싶으면 내려야 한다'고. 괜히 안내리고 욕하면서 타고 있으면 분위기 이상해지니까. 때 되면 봐서 내려야 한다는 거였다. 두번의 퇴사를 경험한 입장에서 몹시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1년 전으로 돌아가면 다시 입사할 것 같아?
최근 회사에 조직개편이 있었다. 업무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소속 본부가 바뀌면서 팀이름이 바뀌었고 나는 난생처음 '마케팅팀' 이 아닌 팀에서(하는 일은 물론 마케팅이다) 일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다.
아... 이건 좀... 조직개편 공지를 보면서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회사도 집에서 멀어지고, 팀 이름도 바뀌고... 아... 종범이도 없고, 동열이도 없고... '지금의 조건을 갖고, 1년전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이 회사에 입사할 것 같아?'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고. 쉽게 대답하기 힘들었다.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이 새끼야?
<타짜>에 나오는 곽철용은 광고에도 나왔다시피 '묻고 더블로 가'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등등 내뱉는말마다 명대사로 회자된 인물이다. 그리고 어제 <시네마운틴-타짜> 편을 듣다가 내가 잘 몰랐던 새로운 명대사를 하나 더 알게되었다.
(차 뒤에 앉아있는 곽철용, 운전기사인 그의 부하가 뒤돌아보며 묻는다)
부하 : 회장님, 올림픽대교가 막힐 것 같습니다
곽철용 :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이 새끼야?
킥킥 거리면서 웃다가, 갑자기 그런 깨달음이 들었다. 회사가 교통수단이고 내가 있는 올림픽대교가 막히는거라면, 어떻게 하는게 제일 좋은 선택인걸까? 꽉 막힌 도로를 바라보며 체념하기? 아니면 마포대교라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 떠나기? 물론 마포대교도 막힐지 모른다. 어쩌면 더 막힐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랬다. '마포대교'라는 대안의 가능성을 잊지 않는 것. 그래서 주저앉고 있기 보다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보는 것이었다.
올림픽대교가 좀 막힐 것 같습니다
아직은 이 교통수단에서 내리고 싶지않다. 옆자리에 탄 사람과 친해졌고, 이 버스의 방향이 내가 가려는 곳과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뒷자리가 좋은데 자꾸 앞자리에 앉으라고 하고, 누가 오더니 노선도에는 없는 새로운 경로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아... 이거 왜 이러지. 도대체 왜 자꾸 이러는거지. 올림픽 대교에서 한강을 내다보며 중얼거리다가 문득 곽철용을 떠올리며 웃는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여차하면 내리는 거지, 뭐. 마포대교는 무너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