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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Jun 03. 2020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잡플래닛 후기 어째서 나는 남기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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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플래닛은 그렇게 사람들의 후기를 유도한다. 그렇지만 나는 번번이 전 회사의 후기를 남기려다 포기하고 만다. 부서를 특정하고 나면 더욱 그렇다. 아니 달랑 0명 있는 부서에, 전 직원에, 그 부서로 글을 남기면 누가봐도 나인것 같잖아? 익명이지만 익명이 아닌 것 같은 기분. 그래서 할 수 없이(?) 매번 멤버십 회원을 결제하여 후기를 읽곤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뭘 두려워하는 걸까. 잡플래닛의 후기를 가지고 전 회사가 나에게 해코지라도 할까봐? 사실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잡플래닛의 후기는 명예훼손등의 영역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게 학계의 정설('공익의 목적을 위한 글')이다. 그렇지만 왠지 찝찝하다. 그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그회사의 치부들... 어쩐지 퇴사해서도 드러내기가 껄끄럽다.


물론 맘 같아선 동네방네 떠들고 싶다. 동네사람들 저 회사 가지마세요. 아이고 00(회사가 내세우는 장점)이라고요? 들어가서 몇 개월만 지나면 다 알게되실겁니다. 깔깔. 하지만 그러지 못하겠다. 아무래도 회사에 남아있는 다른 사람들 때문이겠지. 나는 회사가 싫어서, (혹은 상사가 싫어서) 그곳을 떠나왔지만 그곳에서 열심히 일할뿐인 내 동료들은 아직 저곳에 있는데. 저들은 나의 정다운 동료이며, 인간적으로 마음을 나눈 친구들은 아직 저곳에 있기 때문이겠지. (물론 저들은 내가 시원하게 후기를 남겨주길 바랄것이다)


잡플래닛은 정말 좋은 사이트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그곳에 글을 남길 용기가 없다. 옳은 말, 바른 말, 남에게 도움 되는 말. 거긴 가지 마, 거긴 진짜 아니야. 거기 갈거라면 다시 생각해. 오늘도 그런말들을 키보드 안으로 삼킨다. 그리고 다른 용기있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깔깔대곤한다. 회사란 다 이렇구나, 사람 사는게 다 이렇게 똑같은 거구나. 누군가는 나의 용기가 필요할텐데, 그 한마디를 내뱉지 못한다.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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