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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Jul 29. 2020

그런때가 있나보다




오늘은 마음이 조금 울적하다. 문득 내가, 직장을 다닌 이후로 시작했던 모든 공부가 실패로 끝났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방통대 법학과, 국가기능사 자격시험, 한국사능력시험, 구몬 일본어... 죽지도 않고 돌아와서 매년 새로운 공부에 도전했건만 단 하나도 성공한게 없었다. (정말 하나도 없을까? 생각을 쥐어짜내다보니 달랑 GAIQ 하나는 있었다)


그래서 기운이 축 늘어지는거다. 수재 소리들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학창시절 공부는 나쁘지않았다. 20대때도 나름 뿌듯한 적이 많았다. 영화비평이나 사회학사 과목에서 A+을 받았을때라든가. 그러나 30대에는? 뭔가 공부로 이룬것이 아무것도 없다. 왜지? 내 머리가 나빠서인가. 아님 끈기의 문제인가. 목적없이 시작한 공부였기 때문인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해봐야 하는 것일까. 아님 그냥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포기하는게 빠른것일까.


좋아하는 드라마 <아일랜드>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샤론스톤 있잖아. 젊어서 오디션을 많이 보러 다녔나봐. 

그때 오디션에 가면 어느 곳에서는 너무 예쁘다고 가라그랬고, 어느 곳에서는 너무 안예쁘다고 가라그랬대.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대.


- 그래서? 어떻게 떴대?


몰라. 거기까지는 못들었다, 내가.


- 뭐야. 이야기의 포인트가 없잖아, 이 여자야.


그게 포인트같은데.


- 나도 그냥 그런 때라고?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지나가봐야 알겠다, 계속 이럴건지. 그런 때인건지.




나는 가끔, 아니 꽤 자주 이 대사를 떠올린다. 꽤 많은 순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생의 대부분은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는 시간이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들이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많이한다. 2020년의 남은 5개월,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만 할까.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는것이 가장 좋을지를 고민하며 하루에도 갈팡질팡한다. 지금은 어떤 때인것일까. 쭈구리고 앉아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계속 이럴건지, 그런 때인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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