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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Jul 24. 2020

괜찮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퐝메리씨 되시죠? 여기 000입니다.


전화를 받고 귀를 의심했다. 응? 정말 거기라고? 000은 내가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제일 가고싶던 회사 중 하나였다. 그래, 바로 거기다. 그 때 이 글에 적었던 그 회사. 바로 이 회사란말이다.


[이 글에 적었던, 그때 그 기업]



요는 그랬다. 이제야 연락드려서 죄송하다. 면접을 보고싶다. 아이고 세상에! 정말 거기라고요? 몇 초간 기뻤으나, 곧 다시 난감해졌다. 역시 취업은 타이밍이구나. 어떻게 할까.


당연히 1개월 전, 아니 몇주전만 됐더라도 넙죽 절이라도 할만큼 반가워했을 제안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았다. 이미 취업을 했고, 무척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1초 정도 '연차를 쓰고 한번 면접에 가볼까?' 했던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지금 행복한데, 굳이 모험을 하고싶지는 않았다.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그게 나의 삶의 모토 중 하나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미 취업을 해서요" 정중하게 거절을 하는데 뭔가 기분이 묘했다. 아니 왜 하필... 그렇지만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 그냥 고마워하지 뭐. 이제라도 '가능성' 을 인정받았으니, 감사한 일이잖아?




최고의 마케터로 만들어드립니다.


조금 오글거리지만 새로 다니는 회사의 팀장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배우고, 실험하고, 가능성을 넓히고, 깊이 배워서 최고의 마케터가 되는것이 우리의 지향점이다! 라고. 빈 말이 아니었다. 조직에는 학습기회가 많았고, 우리팀은 새로운 것을 공유하고, 매일 회사의 배려하에 데이터분석을 배웠다. 사람들도 너무 좋았다. 나에게 어찌나 잘해주는지. 그래서인걸까. 지난번 스타트업은 어딘가 늘 눈치가 보였는데, 이곳은 첫 주 부터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



파랑새를 쫓기보다, 가진것에 만족하기를


내 경험상 그렇다. 파랑새는 없다. 그리고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지금 이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뒤 늦게라도 면접제안을 해준 그 회사에게 정말 고맙다. 그 회사에 갔더라면, 아마 좋은 기회가 되었을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행복을 놓치고 싶지않다. 집에서 가깝고, 사람도 좋고, 끊임없이 배울 수 있는. 나는 언제나 그런 회사생활을 꿈꿔왔다.


그래도 아쉽지 않다고, 괜찮다고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인생은 기회비용을 전제로 선택해야 하고, 나는 현재에 배팅하기로 했다. 또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저 그때까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지. 나도 그 회사도, 언젠가 각자 자리에서 더욱 더 성장한채로 만난다면 멋질것이다. 그러니까, 안녕. 지금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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