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어른은 결단코 되고싶지 않았다. 아니, 상상조차 못했다. 매일 술을 먹고 취해서 헛소리를 지껄이는, 그런 어른이 될 줄이야. 어제 소주를 진탕먹은 뒤 해장을 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10대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언니는 정말 최악이에요
분명 그럴것이다. 아마 경멸의 눈빛을 하겠지. 어떻게 술을 먹어요? 그것도 매일? 술 먹고 취해서 헛소리하는게 취미에요? 그리고 왜 이렇게 욕을 많이해요. 언니는 정말 최악이에요.
그럼 할말이 없어 고개만 떨구겠지. 미안해. 나도 이런 어른이 되고싶진 않았어. 그렇지만 이런 핑계도 덧붙이리라. '야 너도 내 나이 돼봐. 내가 술을 괜히 마시는줄 알어?'
회식으로 한잔. 사촌동생이 만나자고 해서 한잔. 고맙다고 술 사겠다는 지인덕에 또 한잔. 그렇게 이번주에만 3번이나 소주를 마셨다. 이제 맥주는 술 같지도 않다. 소주를 털어놓고. 기분 좋아서 벌개진 얼굴로 헛소리를 늘어놓고. 그리고 다음날은 늘 같은 패턴이다. '아이고 내가 미쳤지. 술을 다시 마시면 개다 개'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이러다가 길가에서 죽어도 어색하지 않을거야.
그렇지만 술이 아니면 안되는 경우가 또 얼마나 많은가. 술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임원과 마주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것이며, 술이 아니라면 속상하다며 찾아온 사촌동생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술이 아니라면 어떻게 직장동료와 친해지고, 술이 아니라면 어떻게 '내가 너 사실 엄청 좋아하는거 알지?' 라는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술이 아니라면, 우리가 같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물론 아침마다 후회를 한다. 아 ㅆ... 적당하게 마셨어야 했는데. 그때 그말은 왜 한거야? 내가 그런말을 했어? 아이고 이 미친 도라이야. 이제 그 사람 어떻게 얼굴을 봐. 어휴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
그리고 늘 다짐한다. 술을 당분간 마시지 말자. 술은 절대... 네버... 엑쑤... 그렇지만 또 누군가 술 마시자 나를 부른다면 흔쾌히 '좋지~' 할것도 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후회보다는 당장의 쾌락을 선택하는 것이 인간인 것을. 그러니 어찌할 것인가. '언니는 정말 최악이에요' 라며 나를 쏘아볼 10대의 나를 달랠 수 밖에. 응 00아 미안해. 니 말대로 언니는 최악이야. 니말이 맞아. 그런데 00아. 언니는 절대 술 못끊어... 이런 나라서 미안해. 이런 너라서...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