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어떻게 가고 취업은 어떻게 했을까
요즘들어 퇴근만 하면 바로 침대에 가 거꾸로 눕는다. 다리를 벽에다 올려놓고 트위터를 한다. 대개 세탁기와 에어프라이어를 돌려놓고 기다리면서 누워있다가... 띵 소리가 나면 그제서야 에어프라이어에서 음식을 꺼내 먹는다. 먹고는 다시 눕는다. 다시 띵 소리가 나면 세탁기의 빨래를 꺼낸다. 그리고 누워있다 씻는다. 그리고 다시 눕는다. 뫼비우스의 띠다.
그러니까 그런거다. 눕고 누웠다가 누울것이었다가 눕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렇게 게을러서 어떡하지. 이렇게 게을러서 대학은 어떻게 가고 취업은 어떻게 했지. 2할의 집안일과 8할의 빈둥거림. 도대체 남들은 퇴근 후 어떻게 운동을 하고, 공부들을 하는걸까? 그저 이렇게 매일매일 피곤하고 집에 오면 눕고싶을 뿐인데.
야근을 하는것도 아니다. 대부분 정시 퇴근한다. 더 웃긴건 집과 회사의 거리가 도보 3분컷이라는 거다. 정말이지, 물리적으로 눈뜨면 보이는게 회사일 정도다. 통근시간으로 인한 피로도 없다. 심지어 회사가 가까우니 잠도 많이 잔다. 초딩도 아니건만 하루 8시간은 기본이다. 그런데 왜 일까. 늙었기 때문인걸까. 그저 피곤하다. 집에만 가면 눕고 싶다.
웃긴게 약속이 있는 날은 다르다. 술 마시는날은 하이텐션 그 자체다. 깔깔깔.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분위기를 좌지우지 한다. 누구보다도 쌩쌩하고 누구보다도 재기발랄하다. 그런데... 집에만오면 그냥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그저 누워있는다. 아무것도 안하고. 음악을 듣는다. 눈을 껌뻑인다. 피곤하군, 생각한다. 자야지 하면 잠도 금방 잔다. 쿨쿨쿨. 그리고 아침에 눈떠서 생각한다. 아아 아침이네. 왜 로또는 날 비켜가는걸까.
회사에 만족하지 않는것도 아니다. 능력있는 사람들과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기분도 좋다. 하지만 집에만 오면... 모든 기력이 소진되어 검정고무신의 할머니 마냥 누워있게 된다. 왜지, 왜 일까. 배터리 방전. 뭐 그런걸까. 내 체력이 하루 8시간 업무시간에만 반짝. 그리고 술 마시면 갑자기 또 반짝. 그러다가 픽- 하고 꺼져버리는걸까.
그래도 오늘은 다행이다. 노트북앞에서 뭐라도 끄적일 힘이 남아있다는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게을러서 어떡하지, 하는 자괴감이 든다. 1년전에도 그랬나. 3년전에도 그랬었나. 5년전에도 그랬을까. 생각을 하다보면 결국 '나이는 못 속이네' 가 결론이 나오는듯해서 마음이 뻐근하다. 큼..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걸까. 오늘도 누워서 '왜 금요일이 아니야?' 하며 머리를 쥐어 뜯는다. 인간의 자연수명은 40살이라던데. 그래서 그런걸까. 회사를 다니는것만으로도 하루의 배터리가 다하는 기분이다. 아아 테스형... 이렇게 게을러서 어떡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