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놀고싶다.
직장인에게 주말은 중요하다. 나는 직장인이고 주말은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다. 공부도 할 수 있고 게임도 할 수 있으며 커피 한잔의 여유.. 심지어 멍을 때려도 아직 오전인 경우도 있다.
직장인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주중에 회사에서 열심히 에너지를 쓰고 주말에 집에서 보충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짬이 되니 주중에 에너지를 아끼는 요령도 생겼고 아낀 에너지로 주말에 내가 원하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미있게 놀면 집안일이 엉망이고 집안일을 하면 재미있게 놀기 힘들고.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주말을 가지긴 힘들었다.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는 나를 쉽고 편하게 키웠다고 하셨다. 말도 잘 듣고 말썽도 잘 안 피우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어머니의 유일한 자식 걱정은 '아들놈이 노는걸 너무 좋아하는데 다 커서도 노는 것만 좋아하면 어찌할까'였다. 성인이 된 나는 여전히 노는 걸 좋아했고 결국 진화를 택하게 되었다.
진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보잘 것 없는 것이라서 정정하겠다. 나는 변화를 택하기로 했다. 체력을 길러서 깨어있는 시간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체력 없이 카페인으로 버티면서 놀다가 몇 번 몸살이 났던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몇 개월이 넘어가니 놀 것을 찾아서 노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육체적 정신적 변화들은 나에게 행복한 시간들과 좋은 인연들을 선물해주었지만. 끔찍한 부작용도 함께 주었다. 체력이 좋아지는 정도가 나의 예측 범위를 넘어서다 보니 내가 어느 정도까지 놀고 얼마나 피곤한 상태에서 카페인을 주입해야지 효율적으로 나의 몸을 활용할 수 있는지 감을 잃은 것이다. 원래는 좀 피곤한 날에는 아침에 커피를 다음날 바쁘면 일찍 수면을.. 주중 3회 이상 야근을 했다면 주말에 휴식을.. 등의 패턴이 정해져 있었는데 이런 기준들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운동을 시작할 때 까지만 해도 퇴근하고 집에 와 잠들면 다음날 아침에 눈이 떠지곤 했는데 최근 몇 주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잠이 들긴 하지만 4-5시간이면 눈이 번쩍 뜨이곤 한다. 주말에 집에서 지내지 못한 날들이 꽤나 있었는데 외지에서 잠을 잘 못 자는 내 성격 탓도 있겠지만 카페인 컨트롤에 실패해서 하루에 두 시간 세 시간 자는 일들마저 발생했다. 처음에는 환절기 온도차에 적응 못하는 내 바보 같은 신경계를 탓하기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앞의 이론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조금 피곤하더라도 카페인 투입을 하지 않았더니 의외로 수면 시간이 회복되었다.
주변의 반응은 둘 중 하나이다. 누군가는 노는 것에 미친 사람 취급을 하고. 또 누군가는 나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어떤 반응이든 보통 이런 대답을 해준다.
『요즘엔 잘 놀려면 부지런해야 해』
사실 놀고 싶은 것도 있지만 그 외에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책도 더 보고 싶고 음악도 더 듣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으며 일어나서 한참 멍을 때려도 아직 아침이었으면 좋겠다.
충분히 멍을 때릴 수 있을 때까지 나의 진화는 계속될 것 같다.
부록 - 재미로 보는 스타벅스 샷과 환타한잔 사용법.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준 샷 횟수.
숏 - 1 샷
톨 - 2 샷
그란데 - 3 샷
벤티 - 4 샷
환타한잔 사용법 With 카페인
( 카페인에 민감한 체질 )
피곤하지 않은데 집중이 필요할 때
- 숏
약간 피곤하고 카페인도 필요해
- 톨
난 오늘밤 자지 않겠어
- 그란데
아마 내일도?... ( 시도하지 않음 )
- 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