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

Fantasma 184번째 이야기, 애매모호

by 석류
유령_애매모호.jpg
너는 싫어하는 게 많았다. 싫어하는 게 많은데 비해서 좋아하는 건 애매모호했다. 어딜 갈지, 뭘 먹을지를 물어보는 내게 항상 너는 애매모호한 대답만 내놓았다. 나는 그런 네가 가끔 불안했다. 애매모호한 대답처럼 나에 대한 마음도 애매모호할까 봐. 그러나 지금은 안다. 너는 단 한순간도 애매모호하지 않았다는 걸. 그리고 나의 불안감들은, 아닌 척했지만 결국은 나 자신의 깊은 곳에 그림자처럼 숨어있던 애매모호함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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