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Fantasma 192번째 이야기, 오름

by 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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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밤의 공기까지 집어삼킬 정도로 덥던 어느 가을날, 나는 당신과 함께 새벽의 용눈이 오름에 올랐다. 용눈이 오름 정상에 쭈그려 앉아 저 멀리 바닷가의 불빛들을 구경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순간이 지금도 또렷하다. 별구경을 위해 나온 거였는데 정작 목적이었던 별은 흐린 날씨 탓에 보질 못했지만 별보다 더 반짝이던 시간들을 나누었음에 지금도 감사하다. 내방 한편엔 당신이 준 자그마한 손전등이 아직도 자리하고 있다. 다음에는 휴대폰 불빛 대신 그 손전등을 켜고서 같이 또 오름에 올랐으면 좋겠다. 잊지 못할 새벽의 오름, 그리고 이야기들. 당신과 나만이 기억할 수 있던 그 시간들이 새겨져 있던 그 날의 용눈이는 참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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