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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ntasma

대패삼겹살

Fantasma 열여섯 번째 이야기, 대패삼겹살

by 석류
나는 고기를 잘 굽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고기 집을 가면 집게는 다른 이들의 몫이었다. 돈 주고 다 태워먹는다며 답답하다고, 그 누구도 내가 고기를 굽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나도 그 말에 수긍했기에 집게를 들지 않았었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잘 굽는 고기가 있다. 대패삼겹살. 한 번만 뒤집어도 먹기 좋은 상태가 되기에 자신 있게 굽는다고 나설 수 있었다. 문득 대패삼겹살을 굽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란 대패삼겹살 같은 게 아닌가 하고. 한순간에 뒤집혀서 익어가는 모습이 사랑을 닮았다. 그리고 대패삼겹살의 설익은 다른 면은 이별 같아 보였다. 대패삼겹살에는 아주 얕은 막으로 사랑과 이별이 공존하고 있었다. 사랑과 이별 모두 결국 같은 감정의 뿌리에서 출발한 것들이기에 공존 가능한 거겠지. 아, 대패삼겹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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