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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ntasma

껍데기

Fantasma 열일곱 번째 이야기, 껍데기

by 석류
종종 내게 에세이를 추천해달라고 하는 손님이 있다. 어느 날 그 손님이 말했다. 껍데기에 관해서. 인간이든 동물이든 다들 껍데기가 있고, 껍데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그 무엇이든 껍데기가 아닌 것은 없다고. 생뚱맞게 던진 말에 순간 의아했으나 그가 돌아간 후에 나는 비로소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 세상 모두는 껍데기로 이루어져 있다. 물건도, 생명체도 모든 것은 다 껍데기가 있다. 대나무도 껍데기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그 껍데기를 벗어던지는 순간 우리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지구를 이루는 한줌 흙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머나먼 우주로의 여행을 떠나게 될까. 평생을 고민해도 결론을 얻지 못할 것 같다. 껍데기는 그렇게도 심오하며 모든 것을 관통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도 껍데기로만 이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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