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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ntasma

치킨

Fantasma 열여덟 번째 이야기, 치킨

by 석류
치킨을 싫어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나 역시도 치킨을 좋아한다. 아니, 마음 깊이 열렬히 숭상한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치킨을 좋아한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식탁 위에 치킨이 올려져 있는 모습을 보자 하루의 고단함이 다 날아간 듯이 기분이 좋아졌다. 치킨은 은혜롭다. 스무 살 때의 나는 일주일 내내 치킨을 달고 살았다. 월요일도 치킨, 화요일도 치킨, 수요일도 치킨, 목요일도 치킨, 금요일도 치킨, 토요일도 치킨, 일요일도 치킨. 매일 치킨을 먹은 탓에 주머니 속 치킨집 쿠폰은 가득하게 쌓여갔다. 시켜먹는 치킨도 좋았지만, 직접 가서 먹는 치킨은 더 좋았다. 모락모락 김이 연하게 피어오르던 치킨의 자태는 어찌나 곱던지. 많은 사람들과 치킨을 먹었지만, 많은 치킨 집을 갔지만 유독 떠오르는 치킨이 있다. 후배와 함께 일상과 인생 이야기를 나누며 먹었던 치킨. 전혀 달지 않은 이야기들이었지만, 치킨이 곁에 있어서 쓰지 않았다. 그 후배는 잘 지내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 그 치킨이 참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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