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간

Fantasma 219번째 이야기, 중산간

by 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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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날씨는 언제나 변화무쌍하지만 제일 변화무쌍한 건 중산간의 날씨였다. 비 소식이 없는 날에도 중산간엔 매일 같이 비가 왔다. 구름이 지나가다 쉬어가는 휴게소 같은 장소여서 그런 걸까. 날씨가 좋은 날, 신나는 마음으로 뽀송뽀송하게 마를 빨래를 생각하며 널어놨는데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소나기에 다 젖어버린 빨래도 허다했다. 그런 중산간의 날씨가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아 자주 센치해 졌지만 어느 순간에는 나도 그 날씨를 조금은 즐기기 시작한 것 같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처마 아래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조그맣게 틀어놓은 스피커 사이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음미하며 평상에 누워있던 시간들이 오히려 지금은 그리울 정도니까. 그래서 지금의 나에게 중산간의 날씨는 센치함도 아닌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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