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치기 해변

Fantasma 246번째 이야기, 광치기 해변

by 석류


성산 생활에서 제일 신났던 건 광치기 해변이 가깝다는 거였다. 내가 스텝으로 머무르던 게스트하우스와 광치기 해변은 걸어서 십오 분에서 이십 분 정도면 닿을 정도로 꽤나 가까운 편이었다. 처음 성산에서 스텝 생활을 시작하던 날, 제일 먼저 광치기 해변부터 갔었다. 광치기의 뷰는 아름답다. 왼편으로는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여다보이고, 아침에는 일출이 뜬다. 낮의 광치기에서 간판도 없는 가게에서 소라 한 접시를 두고 먹는 낮술은 최고의 별미 중의 하나이고. 성산으로 놀러 오는 사람들을 데리고 종종 새벽같이 일어나 광치기의 일출을 보러 갔는데, 아주 청명한 날이 아닌 이상 구름에 가려져서 웬만하면 둥근 해를 보기 힘들었다. 운 좋게 계란만 한 해가 바다 위로 떠오르는 모습을 볼 때의 쾌감이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의 광치기에서 휴대폰 불빛을 하나 켜놓고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도 일출 못지않은 즐거움이 자리했다. 내비게이션에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광치기라도, 내 머릿속에는 광치기의 길들이 펼쳐져 있으니 언제든 찾아갈 수 있다. 그런 광치기가 있어서 나의 성산 생활은 더 아름답게 빛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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