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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여행이라는 이름의 인연이겠지

키링 다이어리 23 - 라오스 방비엥(Vang Vieng)

by 석류


튜빙 다음날. 튜빙으로 끈끈해진 사람들을 루앙프라방 베이커리에서 만났다. 다들 폭우 튜빙을 한 탓에 잔뜩 지친 상태였다. 전 날 제대로 액티비티를 즐겼기에 오늘은 덜 움직이며 휴식을 취하는 게 최우선이 되었다. 한참을 루앙프라방 베이커리에 앉아 수다를 떨다가 마사지 이야기가 나왔다. 가만 생각해보니 라오스에 와서 아직 한 번도 마사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동생 관희와 지섭이와 함께 쌩다오에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도보로 많이 움직이는 여행 스타일에 맞게 나에게 필요한 마사지는 발 마사지. 관희와 지섭이도 발 마사지를 받겠다고 해서 셋이서 나란히 앉아 발 마사지를 받았다. 그런데 이게 뭔가. 다들 발을 담그는 물이 미지근한데, 내 발 담그는 물만 유독 뜨겁다. 너무 뜨거워서 발을 제대로 넣지도 못하고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고 있으니 마사지사가 한국어로 내게 말을 건네 온다.



“아파요?”

“뜨거워요!”



아픈 게 아니라 뜨겁다고요. 내 반응이 웃겼던지 다들 킥킥 웃었다. 진짜로 뜨거운데. 이제껏 발 마사지를 받으면서 이토록 뜨거운 물은 처음 경험해본다. 팔팔 끓는 물에 발을 담그는 느낌이라면 이해가 가려나. 그나마 다행인 건 느리게지만 물이 식고 있었다는 거였다. 계속 같은 온도가 유지되었으면 발 마사지는커녕 뛰쳐나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사지가 너무 편했는지 지섭이는 잠들어 버리고, 관희와 나는 마사지가 끝날 때까지 수다를 떨었다. 대화 중간중간 튀어나오던 내 드립에 열렬히 반응해준 관희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한다.



*



P20170619_184228439_B894590D-4776-4BBB-A4BC-D625361E2137.JPG 저번에 내가 먹은건 돌덩이가 분명하다. 뽈살의 쫄깃함과 부드러움을 제대로 느꼈다.
P20170619_175732972_CE84E858-9BF6-4957-9A45-0D885612FCF0.JPG 비어라오와 소다라오. 소다라오는 탄산수 맛이다. 비어라오와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건지 마크가 동일하다.


마사지를 마치고 나니 저녁 시간이어서 식사를 뭘 할까 하다가 단체 메신저 방에 뽈살 괜찮냐고 물었더니 다들 괜찮다고 해서 뽈살을 먹기로 했다. 어쩌다 보니 삼일 연속 신닷을 먹은 터라 오늘만큼은 신닷을 피하고 싶었다. 뽈살은 맨 처음 먹었을 때와는 다른 맛이었다. 처음에 내가 먹었던 건 돌덩이였나 싶을 정도로, 이번에 먹은 뽈살은 부드러웠다. 뽈살을 먹고, 후식으로 망고를 먹기 위해 구입했다. 어디서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여행자들의 만남의 장소! 방비엥인이 떠올랐다. 방비엥인 로비에 옹기종기 모여 망고를 먹는데, 프리드링크 타임이 되었다. 이제까지 사쿠라바 프리드링크 타임을 애용했다면 오늘은 다르다. 한국인 사장님이 새로 방비엥에 오픈한 오프 비트라는 클럽이 있는데, 사람들을 많이 데려오면 보드카를 무료로 주겠다고 했기 때문.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과 개척 정신으로 우리는 오프 비트로 향했다.



P20170619_213354821_A1702352-BA25-4D9E-9E14-FB3E6C02FA31.JPG 방비엥에 이런곳이 있었다니! 흥 많은 사람들이 딱 좋아할만한 스타일의 장소다.


약속대로 사장님은 보드카를 주셨고, 친절히 얼음과 음료수도 챙겨주셨다. 스테이지도 멋지고 분위기도 좋은데 아직 이곳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보드카에 대한 보답으로 사람들을 더 불러 모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방비엥에서 친해진 사람들에게 몽땅 연락했더니 어느새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모였다. 사람이 많아지니 분위기는 더 활발해졌고, 이야기도 무르익었다. 내일이면 이곳에 모인 사람들 전부 방비엥을 떠난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 다른 도시로 가는 사람, 그리고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사람들까지. 나도 내일이면 방비엥을 떠나 비엔티안으로 향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사람들이 여행이라는 매개로 하나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속의 파도가 일렁거리는 느낌이었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모인 모두에게 이 시간이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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