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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 현지 클럽을 가다

키링 다이어리 25 - 라오스 비엔티안(Vientiane)

by 석류



양이 푸짐한 도가니 국수.



다시 비엔티안으로 돌아오니 저녁 시간이 되었다. 규혁이가 공항으로 가야 되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우리는 마지막 식사를 하기로 했다. 비엔티안에서 유명하다는 도가니 국숫집에 갔는데, 첫맛을 보자마자 오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푸짐하게 들어간 고기와 설렁탕 같은 국물 맛. 그러나 먹으면 먹을수록 첫맛에 비해 느끼한 감이 없잖아 있어서 아쉬웠다. 라오스 국수 순위를 매겨보라고 내게 묻는다면 이렇게 말해주리라. 1위는 루앙프라방의 카오소이, 2위는 루앙프라방의 까오삐약, 3위가 바로 이 도가니 국수라고. 공교롭게도 1위와 2위가 다 루앙이다. 국수로만 봤을 때는 루앙의 국수들이 내 입맛에 가장 잘 맞았나 보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규혁이를 보내야 할 시간이었다. 짐을 맡겨 놓은 쉼터에 공항 샌딩을 예약했기에 쉼터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규혁이 외에도 방비엥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들도 같은 비행기였던지 비엔으로 넘어와있어서 짤막하게 인사를 나눴다. 샌딩 차량에 탑승 전, 규혁이를 비롯해 떠나는 이들이 모두 내게 남은 낍을 주었다. 한국에 가면 낍을 환전할 곳도 없고, 사용할 일도 없기에 흔쾌히 아직 일정이 남은 내게 몰아준 것이다. 안 그래도 낍이 많이 남지 않아서 아슬아슬했는데, 그들 덕에 낍이 풍족해졌다. 내게 낍을 기부해준 아라 언니, 규혁이, 지현이, 현임이, 성진이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남겨준 낍으로 여행의 마지막까지 알차게 보낼게요. 샌딩 차량은 그렇게 떠나고, 나는 미리 예약해둔 숙소로 체크인을 위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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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색깔이 바뀌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남푸 분수.
라이브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던, 윈드 웨스트.



숙소는 남푸 분수 근처에 자리하고 있었다. 낮에는 분수의 색깔도 변하지 않아 별 볼일 없어서 그냥 지나치기도 하는 곳이라는데, 밤이어서 그런지 남푸 분수는 계속 여러 가지 색깔로 바뀌며 비엔의 밤을 수놓았다. 숙소에 짐을 놓고 나와 남푸 분수에 앉아 분수가 바뀌는 걸 구경하고 있는데 현정이가 나타났다. 방비엥에서 알게 된 현정이는 현재 일 때문에 비엔티안에서 거주 중이라고 했다. 종종 방비엥에 놀러 오는데, 운 좋게도 내가 있을 때도 방비엥에 온터라 알게 되었다. 매일 여행자만 마주하다가 현지인과 만나니 묘한 기분이었다. 현정이가 라오스에는 라이브 공연하는 곳이 많다고, 자주 가는 곳이 있는데 가보자고 해서 그곳에 갔다. 윈드 웨스트라는 이름의 라이브 펍. 보컬의 노래 실력이 상당했다. 태국 쪽 노래를 많이 불러줬는데, 중간중간 유명한 팝송도 불러줘서 좋았다. 윈드 웨스트만의 분위기에 푹 빠져 있는데, 시크릿라군 가는 툭툭이를 셰어 하며 알게 된 민도라는 동생에게 어디냐고 연락이 왔다. 위치를 보내주니 잠시 후 민도가 도착했고, 우리는 윈드 웨스트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사실 윈드 웨스트에 조금 더 머물고 싶었지만, 비엔티안의 클럽이 핫하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은 터라 궁금증이 일어서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기존의 클럽의 형식을 깨트린 클럽, 마크 투.



마크 투. 비엔티안에서 제일 핫하다는 클럽이었다. 기존의 클럽의 형식과는 다른 형태가 인상적이었다. 한 시간마다 번갈아가며 클럽 음악과 라이브 공연이 나오는 곳. 우리가 갔을 때는 클럽 음악에서 라이브 공연으로 전환되는 타임이었는지, 라이브 공연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클럽 하면 EDM이 가득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만 생각났는데, 그런 편견을 깨뜨린 장소였다.



사탕인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들고 있으니 야광봉 느낌이 난다.



이곳 사람들은 태국 노래를 즐겨듣나보다. 윈드 웨스트처럼 태국 노래가 많이 나왔다. 가사가 무슨 내용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신난다는 것. 음악이란 국적을 초월하는 것이기에, 비록 가사는 몰라도 흥만큼은 현지인 못지않았다. 한창 흥을 내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사탕을 나눠줬다. 스틱에서 야광빛이 나는 사탕이었다. 들고 있으니 마치 미니 야광봉스러운 느낌을 풍겨서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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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한 시간에 한 번씩 전환된다고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라이브 공연만 계속되고 있었다. 라이브 공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부러 시간을 늘렸나 보다. 슬슬 라이브 공연이 지루해지려는 찰나 클럽 음악 타임으로 바뀌었다. 어라. 오히려 라이브 공연보다 흥이 안 난다. 클럽 음악 타임은 생각 외로 별로 흥이 나지 않았다. 현정이가 마크 투 말고 유명한 곳이 한 군데 더 있다며 거긴 라이브로 전환이 되지 않고 계속 클럽 음악만 나오는 곳이라고 구경 가보겠냐고 해서 우리는 다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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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거주하는 중국인은 다 이곳에 모여있는걸까. 마치 중국에 온 듯한 느낌이 들게 했던 엣홈.




윈드 웨스트, 마크 투, 그리고 엣홈. 마크 투가 라오스 현지인들이 모이는 장소라면 이곳은 라오스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전부 모이는 곳 같았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우리를 제외하고는 드물었다. 분위기는 마크 투 보다 훨씬 신났지만, 이곳 또한 오래 머물 곳은 아니었다. 이곳의 최대 단점은 음악이 너무 다 비슷비슷하다는 거였다. 계속 비슷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EDM을 듣고 있으니 처음에는 신났지만 나중에는 질려버렸다. 비엔티안에서 핫하다는 곳들을 왔지만, 방비엥만큼 재밌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서 아쉬웠다. 비바가 그리웠다. 각자 일행들끼리만 모여 노는 게 아닌 모든 국적이 어우러져 친구가 되는 그곳이. 그래도 비엔티안에서 일반적인 관광지가 아닌 새로운 곳에 와본 것에 만족하며 우리는 내일을 위해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긴 하루가 드디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과연 내일의 우리에겐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스르르 꿈나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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