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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공기가 머물던 그곳

키링 다이어리 26 - 라오스 비엔티안(Vientiane)

by 석류



P20170621_145045193_1E48DB72-5ACA-4146-B0B3-00E7EF40BEE9.JPG 슈퍼냉장좌석은 없었지만, 시원했던 콤마커피.
P20170621_145102419_7C90C973-77BB-4A06-AD30-1D5BF2DDDE67.JPG 콤마커피 건너편에 있던 툭툭이. 툭툭이 아저씨는 손님을 기다리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퇴실시간까지 나른하게 늘어져 있다가 민도와 점심을 먹기 위해 만났다. 몇 주간 현지식만 먹어서인지 한국음식이 그리웠다. 그래서 한식을 먹으러 한식당에 갔다. 더운 날씨 탓에 입맛을 자주 잃곤 했는데, 한식을 먹자 거짓말 같게도 잃어버린 입맛이 돌아왔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다. 밥을 먹고 후식으로 커피도 한 잔 할 겸 주변의 카페를 검색하니 무려 리뷰에 슈퍼 냉장 좌석이 있다는 카페가 나왔다. 카페의 이름은 콤마 커피. 막상 가보니 슈퍼 냉장 좌석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시원했다. 커피맛과 분위기도 괜찮았고. 카페에 앉아 밖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구경하고 있으니, 한적함이 몰려왔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귀차니즘이 한적함에 더해져 한참을 앉아 밍기적거리고 있는데, 민도가 알게 된 사람들이 카페로 온다고 했다. 라오스의 개선문, 빠뚜사이를 함께 가기로 했기에. 여럿이 움직이면 툭툭이 값도 훨씬 저렴해지니, 인원은 많을수록 좋았다. 그래서 나 또한 때마침 비엔에 도착한 언니 한 명을 호출했다. 나른한 커피타임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둘에서 다섯이 되어 빠뚜사이로 향했다.



IMG_0706.JPG 빠뚜사이로 올라가기전에 1층에서 보이는 천장. 조각들이 아름답다.
IMG_0734.JPG 비엔티안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던 빠뚜사이.
IMG_0737.JPG 불교국가답게 창문틀도 불상모양으로 새겨져있다.
IMG_0746.JPG 라오스의 개선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웠던 빠뚜사이.



빠뚜사이는 밑에서 보기엔 굉장히 높아 보였는데, 정작 올라가 보니 높이에 비해서 계단이 많진 않았다. 7층 높이를 엘리베이터도 없이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을 땐 올라가면 온몸이 땀범벅이 될 것 같아서 내키지 않았는데,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니 올라가지 않았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싶을 정도로 비엔티안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져있었다. 루앙을 한눈에 보고 플때는 푸시산이라면, 비엔은 두말할 필요 없이 빠뚜사이였다. 아름다운 구름이 내 시야 양옆으로 둥둥 떠다니고 살랑살랑 가벼운 바람이 앞머리를 흐트러뜨리는 순간, 나는 빠뚜사이에 매료되었다.



*



IMG_07555.jpg 빠뚜사이 모양의 키링. 이 키링을 볼때마다 비엔의 시간들을 생각하겠지.
P20170621_190922340_B48639FA-CEE5-4507-B177-F6F8C79619BC.JPG 해 질 녘의 메콩강 야시장. 푸시산에서도 제대로 보지 못한 붉은 노을을 보게 되어 운이 좋았다.



빠뚜사이를 구경한 후,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다시 또 한식당. 점심에 이어서 저녁까지 한식을 먹게 될 줄은 몰랐다. 두 끼 연속 한식을 먹은 덕에 여행 중 유일하게 라오스 음식을 먹지 않은 날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야시장이 열릴 시간이었고 루앙에서 못 산 키링을 사기 위해 라오스에서 제일 크다는 메콩강 야시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메콩강 야시장은 길이는 길었지만, 루앙 야시장보단 특색이 없었다. 주로 옷들이 많았고, 키링은 드물었는데 간혹 보이는 키링 좌판은 루앙 야시장에서 본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이번에도 키링을 사는 건 실패인가라는 생각에 침울해지려던 찰나, 빠뚜사이 모양의 키링이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이거다. 바로 이 키링. 딱 봐도 비엔티안의 느낌이 살아있다. 더 이상 둘러볼 것도 없었다. 약간의 흥정으로 빠뚜사이 키링을 손에 쥐고 혼잡한 야시장을 빠져나왔다. 빠뚜사이를 구경한 날 만난 빠뚜사이 키링.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 키링을 보며 나는 비엔티안의 시간들을 추억하게 되겠지. 해 질 녘의 비엔의 일몰도 함께. 안녕, 비엔티안. 이제 나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또 만났던 우기의 라오스를 비 오는 여름날의 후덥지근한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나는 떠올리리라. 시간이 멈추지 않고, 오히려 빨리 흘러갔던 그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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