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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에서 홍콩을 외치다

키링 다이어리 27 - 홍콩(Hong Kong)

by 석류


여름의 끝자락,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장국영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서 이제까지의 여행과는 달리 이번 여행은 색다른 테마를 정했다. 장국영과 왕가위의 영화를 찾아가는 여행. 사실, 장국영의 기일에 맞춰서 홍콩에 오고 싶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기일에 맞춰오는 게 불발되었다. 기일에 못 왔으니 생일이라도 딱 맞춰서 올까 했는데, 그마저도 일정이 어긋나 버려 그의 생일을 이주 정도 앞둔 시점에 나는 이 도시에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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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을 선호하던 내게 이번 여행은 특별한 동반자가 생겼다.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던 친구 하나가 내 여행에 동참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덕질 여행이나 마찬가지인 내 여행 스타일과 잘 맞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우려는 접어두기로 했다. 걱정을 가지고 여행을 시작하면 일정 내내 마음이 편치 않을게 뻔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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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160826_173353882_C6A65E34-2A66-4A87-9127-80BD2AD14520.JPG 아직 해가 지지 않아 한적했던, 넛츠포드 테라스.



걱정 감은 접어두고 대신 설렘을 장착하고 온 홍콩. 며칠간 머무를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식사를 하고 나니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숙소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넛츠포드 테라스. 오픈형의 바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었는데, 낮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적었다. 시원한 생맥주를 한 잔 마시며 앉아 있으니 자동으로 장국영이 떠올랐다. 그도 이 거리를 거닐고, 맥주를 마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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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160826_184225097_6EEE9651-A94B-4B3D-8D15-0AD51F2C987E.JPG 영화 <타락천사> 속에서 여명은 고독해보이는 뒷모습으로 맥도날드 속으로 들어간다.


넛츠포드 테라스에서의 짧은 맥주 타임을 끝내고, 영화 <타락천사> 속의 배경이 되었던 맥도날드로 갔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조금 더 현대적인 모습으로 맥도날드의 입구는 변해있었지만 느낌만큼은 그대로였다. 지금도 어디선가 여명이 튀어나와 당장이라도 맥도날드 안으로 걸어 들어갈 것 같은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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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160827_010444000_8DE65675-EECE-4512-8124-F574C3EB27F3.JPG 스타의 거리에서 만난 장국영. 그의 핸드프린팅은 없지만, 이름만으로도 설레었다.


맥도날드에서 여명을 떠올리고, 스타의 거리로 가 많은 홍콩영화인의 핸드프린팅과 마주했다. 장국영은 스타의 거리 조성 전 이미 하늘로 날아가 그의 핸드프린팅은 별 모양으로 대체되어있었지만, 마치 그의 온기가 남아있기라도 한 듯이 나는 가만히 별 프린팅에 손을 대었다. 그의 흔적은 없어도, 나는 그의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충분히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너무도 찬란했던 나의 별, 장국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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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160831_175054000_87ACBBC3-19B5-4D69-8EE2-9817A3723EBF.JPG 여러 가지 불빛들이 조화를 이루며 빛나던 홍콩의 밤.


스타의 거리에서 그를 추억하고 있다 보니,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할 시간이었다. 매일 밤 여덟 시에 시작되는 화려한 레이저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잘 보이는 곳에 서서 여러 가지 색으로 번쩍이는 레이저를 바라보고 있으니 새삼 홍콩에 온 게 실감 났다. 밤의 도시라는 이름답게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홍콩은 빛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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