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ma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사랑의 기록
얼마 전부터 매일 공책에 사랑의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이런 기록들을 남겼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가볍게 피식거리며 볼 수 있는 글이 많았다면, 지금은 나이를 조금 더 먹은 만큼 훨씬 더 진중함이 묻어난다. 감정의 무게감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무겁지만. 그때는 토해내듯 공책에 매일의 감정들을 쏟아내고도 한참 동안 끙끙거리며 사랑의 열병을 앓았었다. 아마, 지금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 그랬을까. 뜨거움을 갈망하고 그리워했으면서 막상 뜨거워져버리자 나는 왜 그 뜨거움을 견디질 못한 걸까. 내 스스로 그 감정을 밀어내고 말았음이 못내 안타깝다. 뜨거움 속에 피어났던 행복감을 내가 밀어내지 않았더라면 조용히 흘러갔을 텐데. 이렇게 폭풍전야처럼 꿀렁거리는 마음을 안고 지내지는 않았을 텐데. 그래서 나는 오늘도 불타는 심장을 부여잡고 네게 글을 쓴다. 내 사랑의 기록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