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인천 (3)
인터뷰를 하기 전에 시간도 남았고 해서, 잠시 산책을 하며 맑은 공기를 쐬고 싶었다.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는데, 부평공원을 발견했다. 그래서 부평공원을 산책하기로 결정했다. 공원에 들어서기 전에는 입구가 당연히 한 군데 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도착해보니 여기저기 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입구가 꽤나 많았다. 심지어 내가 들어온 곳이 정문이 아니었을 정도로 부평공원은 컸다. 공원에 들어서니 여름에 맞게 싱그러운 빛깔의 옷을 입고 나무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온통 초록빛으로 공원을 물들이고 있는 나무를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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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공원의 산책로는 정갈했다. 곳곳에 걷다 지치면 언제든 쉴 수 있게 마련된 벤치도 많아서 나는 걷다 쉬다를 계속 반복하며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들이마셨다. 얼마나 산책했을까. 눈에 강제징용노동자상과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왔다. 땡볕 아래 우두커니 서 있는 징용노동자상과 소녀상을 만나자 마음 언저리에서 울컥함이 뜨겁게 차올랐다. 그것은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는 힘든 감정들이었다. 이마와 등에서는 쉴 새 없이 땀이 흐르고 있었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한참을 붙박이처럼 그곳에 서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를 생각했다. 한 분이라도 더 생존해 계실 때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온 사과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잊지 않고 항상 기억하겠노라 다짐을 하고, 목례를 한 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공원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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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오늘의 걸음은 운명적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항상 가방에 소녀상 관련 뱃지를 달고 다녔지만, 일상에 치여 나도 모르게 흐릿해진 마음을 상기시키기 위한 이끌림이 담긴 걸음. 공원에 들어설 때와 달리 나올 때는 마음이 먹먹하고 무거웠지만, 가길 잘했다 싶었다. 이 걸음으로 인해 내 다짐은 다시금 선명해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