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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ntasma

그 아이

Fantasma 서른두 번째 이야기, 그 아이

by 석류
한 아이가 있었다. 내가 아플 때면 직접 끓인 죽을 자신의 집과는 정 반대 방향인 우리 동네까지 챙겨와 건네주곤 하던 한 아이가. 아이와 나는 누가 봐도 친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친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홀연히 나를 떠났다. 사람들은 아이의 그런 행동을 배신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럴 아이가 아니었으니까. 시간이 흐른 후에 나는 아이가 나를 떠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건 아이가 나를 좋아해서였다는 것을. 상처받을까 두려웠던 아이는 좋은 기억만 안고 가기 위해 날 떠난 거였다. 나는 인연을 하나 잃은 거였지만, 아이는 사랑을 잃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그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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