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영화관 - 대전 (1)
몇 주째 주말마다 비가 내렸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내리는 비와 함께 오늘의 인터뷰를 위해 대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내리는 빗소리만큼이나 감성적인 토요일 저녁, 나는 어떤 이야기들을 듣게 될까. 기대감에 부푼 얼굴로 나는 대전 아트시네마의 문을 두드렸고, 아늑함이 한껏 느껴지는 극장의 로비에서 대표님과 마주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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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전 아트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는 강민구입니다.”
자기소개를 하는 대표님의 첫인상은 호탕함이었다. 호탕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표정에서 나는 오늘의 인터뷰가 아주 시원시원하게 진행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전 아트시네마는 2006년 대전 시네마테크의 전용 상영관으로 개관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대전 아트시네마의 개관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2006년 이전에는 시네마테크 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조그마한 사무실 같은 공간을 통해서 씨네클럽 같은 활동을 했었어요. 그렇게 활동하다가 전용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관을 하게 됐죠.”
“이름부터 시네마테크와 연관이 깊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맞아요. 이름처럼 한국 시네마테크 협의회와도 관련이 깊어요. 전용관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시네마테크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예술영화관들과 차별화를 두면서 시네마테크 운동을 계속해나가려면 서울 아트시네마처럼 이름에도 연계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대전 아트시네마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어요.”
기존의 예술영화관과 달리 대전 아트시네마는 이름부터 시작해서 시네마테크와의 연관성을 철저히 가져가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시네마테크구나 싶을 정도로. 이러한 연관성은 대전 아트시네마만이 가지는 고유한 정체성일 테다.
“대전 아트시네마에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계정까지 운영하고 있는데요. 많은 SNS를 운영하는 만큼 관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일 것 같습니다. SNS 관리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SNS 같은 경우는 일하는 스텝들이 운영하고 있어요. 일단 페이스북은 제가 만들어서 처음에 운영을 하다가 지금은 다른 스텝에게 계정 관리를 넘겼고요. 인스타그램은 예전에 일하던 스텝이 만들어서 관리를 하게 된 게 시작이었어요.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같은 경우는 오시는 관객분들 중에 연세가 많으신 손님들을 위해 만들게 됐어요. 이것도 일하던 스텝이 제안을 해줘서 시작하게 된 건데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카카오톡은 많이 사용하시니까, 카카오톡을 통해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좋을 거 같더라고요. 그렇게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채널도 운영하게 되었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페, 홈페이지 등을 운영하는 곳은 많이 보았지만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채널까지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관객들을 넘어서,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유입시키고 그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로서 플러스 친구 채널은 좋은 징검다리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나 또한 대전 아트시네마를 플러스 친구로 추가했는데, 굳이 다른 플랫폼에 접속하지 않아도 상영시간표가 주기적으로 카카오톡으로 날아오기에 상당히 편리했다. 관리하는 이들에게는 번거로운 일일 테지만, 관객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고 있는데요. 상영작 선정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특별히 고르는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요. 수입, 배급하는 회사에서 상영 요청이 먼저 많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그중에서 살펴보고 선정을 하죠. 해외 영화 같은 경우에는 완성도나 작품성, 주제의식 등을 많이 보는 편이고요. 한국 영화는 대부분 독립영화가 많으니까 완성도나 작품성이 좀 떨어진다 하더라도, 제작환경이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감안하고 보는 편이에요. 그래서 한국 독립영화는 주제의식이 뚜렷하거나 사회적 함의를 가진 작품들이면 웬만하면 상영하려고 해요.”
다양한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대표님이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은 ‘주제의식’이었다. 주제의식이 뚜렷한 영화들은 상영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아 강한 잔향을 남긴다. 단순히 러닝타임 동안 영화를 보고, 상영관을 나온 후에는 휘발되어 버리는 것이 아닌 짙은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상영작을 선정하는 모습에 무언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다른 영화관에서는 보통 일주일 단위로 상영시간표가 업로드되는데요. 대전 아트시네마는 2주 단위로 상영시간표가 업로드되는 게 인상 깊습니다. 2주 단위로 상영시간표를 짜게 된 이유가 있나요?”
“영화가 상영이 들어가게 되면 최소 2주 단위의 상영 계약이 잡혀요. 그래서 2주 단위로 주로 상영 시간표를 짜고 있어요. 중간중간에 일주일 단위로 업로드할 때도 있긴 한데, 가급적이면 2주 단위로 상영 시간표를 업로드하라고 이야기하죠. 마케팅 측면에서는 일주일 단위로 올리는 것과 2주 단위로 올리는 게 나름의 장단점이 있긴 한데, 저희는 배급사와의 약속을 위해 2주 단위로 웬만하면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2주 상영은 배급사와의 약속이기도 하니까요.”
대전 아트시네마의 인터뷰를 준비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2주 단위의 시간표가 업로드된다는 사실이었다. 일반적으로 일주일 단위의 상영 시간표가 대부분의 영화관에서는 업로드되지만, 대전 아트시네마는 달랐다. 2주 단위로 시간표가 업로드되는 만큼 보고 싶은 영화의 상영시간을 더 폭넓게 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배급사와의 약속을 위해 최대한 2주 단위 시간표를 고수한다는 부분에서도 무척이나 뭉클했다.
“GV를 넘어서, 영화 특강도 진행하고 있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영화 특강 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영화 상영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보니 다양한 영화적 체험이나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진행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영화에 관련된 강좌들을 꾸준히 열고 있죠. 처음 오픈을 할 때부터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두기도 했고요. 예산이 부족할 때는 제 개인적인 사비를 들여서 열기도 했는데, 지금은 대전 문화재단에서 지원을 해주셔서 조금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 수 있게 되었어요.”
시네마테크와 연계된 만큼, 영화 상영과 GV를 넘어서서 대전 아트시네마에서는 다양한 영화에 관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심도 깊게 영화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2017년에는 ‘오사카 지역 예술영화관의 현황과 영화 제작’이라는 타이틀로 세미나도 열렸다고 들었습니다. 오사카에도 작은 영화관들이 있는데요. 오사카 지역의 영화관들과 어떤 식으로 교류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미니시어터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편이에요.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나 궁금해서 직접 살펴보러 가기도 했어요. 오사카에는 독특한 형태의 미니시어터가 많은 편인데요. 그러한 곳들을 지역에 소개하고 싶어서 오사카에서 플래닛 플러스 원을 운영하는 토미오카 쿠니히코 씨를 초청해서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만들게 되었죠. 그리고 삿포로 지역에도 씨어터 키노라는 예술 영화관이 있어요. 삿포로가 대전시와 자매결연도시여서 의미도 있고요. 그래서 삿포로 지역과도 교류를 하려고 프로그래머를 출장 보내기도 했었는데, 갑자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교류가 중단되어서 아쉬워요.”
한때 오사카 지역의 예술 영화관들을 가보고 싶어서 찾아봤던 적이 있었다. 오사카에는 씨네 누보, 플래닛 플러스 원, 제7예술극장 등 매력적인 미니시어터가 많이 있다. 그러한 오사카 지역의 미니시어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세미나를 주최했다는 게 흥미로웠다. 진작 알았다면 나도 들으러 왔을 텐데. 뒤늦게 알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