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영화관 - 대전 (2)
“직접 영화도 만드셨다고 들었습니다. 10주년을 맞아 기념 영화로 <극장전 Part1-꽃의 왈츠>를 만드셨다고요. 어떻게 영화를 기획하고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 두 번째 작품은 언제쯤 만나 볼 수 있을까요?”
“보통은 10주년이라고 하면 유명한 분들을 인터뷰해서 틀어주는 영상들이 꽤 많은데요. 그런 것보다는 우리가 직접 기념할 수 있는 걸 만드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기념 영화를 만들게 되었어요. 두 번째 작품은 만들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만드는 게 워낙 힘든 작업이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일단 자료조사를 하며 작품에 대한 기획은 하고 있어요.”
이야기를 들으며 대표님에게 <극장전 Part1-꽃의 왈츠>을 볼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았더니 인터뷰를 진행하며 처음으로 수줍은 모습을 내비쳤다. 따로 공개를 하지 않았기에, 현재로서는 볼 방법이 없다고 했다. 대신 다음에 특별상영으로 상영을 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기대가 됐다. 대표님이 직접 각본, 출연, 연출, 편집 등 모든 부분을 도맡아서 한 작품 <극장전 Part1-꽃의 왈츠>. 대전 아트시네마에 대한 얼마나 많은 애정이 이 작품에 녹아있을까. 첫 작품 상영은 놓쳤지만, 두 번째 작품이 만들어지고 상영되면 그때는 꼭 시간을 맞춰 와야겠다. 이렇듯 대전 아트시네마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는 대표님에게 가장 인상적인 기억은 무엇일까 궁금해져서 다음 질문을 던졌다.
“상영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예전에 한창 영화를 자주 보러 오던 대학생 친구들이 있었는데요. 영화 상영이 끝나고 옥상에서 흡연을 하려고 올라갔었나 봐요. 그런데 저는 옥상에 있는 줄은 모르고,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극장 셔터를 내리고 퇴근을 했어요. 퇴근 후에 소방서에서 연락이 와서 급하게 다시 돌아와서 문을 열어주었던 기억이 인상적으로 남아있어요. 그리고 그 친구들에 얽힌 기억이 하나 더 있는데요. 각자에게 서로 편지를 써서 극장 곳곳에 숨겨 놨더라고요. 그런 게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영화적이다 싶기도 하고요.”
각자에게 서로 편지를 써서 극장에 숨겨 놨다니. 대표님의 말처럼 영화적 그 자체였다. 마치 타임캡슐처럼 시간이 지나 숨겨놓은 편지를 사랑했던 극장에서 찾아 읽는다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상상만으로도 내 마음이 다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대전 아트시네마를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들이 있을까요?”
“가끔씩 진상 관객분들이 오셨을 때가 제일 힘들죠. 일하는 스텝들에게 막 대한다거나 갑질 하는 관객분들을 보면 그런 불쾌한 감정들이 며칠씩 가서 힘들더라고요. 그 외에 자본적인 부분에서 힘든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하기에, 그런 부분은 감내하며 운영해나가고 있어요.”
아무리 애정을 가지고 공간을 가꾸어 나가도,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이들의 방문은 그런 애정을 퇴색되게 만든다. 누군가에겐 잠시 스쳐 지나갈 곳일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공간 자체가 사랑이다. 그러므로 조금 더 정중하게 공간을 대해주는 방문이 늘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반대로 대전 아트시네마를 운영하며 가장 좋았던 기억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좋은 기억은 많지만 오늘의 기억으로 얘기하고 싶네요. 방금 건물주 분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두 달치 임대료를 인하해주겠다고요. 너무 고맙고, 감사하더라고요. 후원하는 의미에서 임대료를 인하해준다고 하셨는데, 힘든 시기인만큼 정말 큰 힘이 되는 느낌이에요.”
대표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 건물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참 신기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영화관에 있어서 이런 선행은 아직 세상이 따뜻한 곳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한다. 내 마음도 덩달아 훈훈해졌다.
“대전 아트시네마만의 색깔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본의 미니시어터를 다니면서 어떻게 운영하는 게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렇지만 결코 정답은 없더라고요. 정답은 없지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원형적인 체험을 넘어서서 다양한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대전 아트시네마가 가지는 하나의 색이 아닐까 싶어요.”
다양한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대전 아트시네마가 대전이라는 도시에 자리 잡고 있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전 시민들에게 소중한 이 공간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은데요. 대전 아트시네마의 향후 활동 방향이 궁금합니다.”
“원래 목표로 했던 게 시네마테크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상영하는 거였기 때문에, 시네마테크 상영 프로그램을 계속해나가고 영화에 관한 여러 프로그램들도 열심히 해나가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 할 수 있겠네요.”
대답을 하는 대표님의 목소리에서 단단함이 느껴졌다. 그런 단단함에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분명히 앞으로도 잘해나갈 거라고.
“대표님이 살아오면서 보았던 영화들 중에 인생영화로 꼽을 만한 작품이 있다면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장 뤽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를 꼽고 싶어요. 정말 쇼킹하게 보았던 예술영화여서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아있어요. 고다르가 만든 영화 중에 제일 시적이라고 생각해서, 고다르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누벨바그 거장 장 뤽 고다르의 작품 <미치광이 피에로>. 이 작품으로 인해 그의 영화에 대한 사랑은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대표님에게 있어 영화관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공간인지 궁금합니다.”
“영화관이라는 이름처럼 영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죠. 모니터나 다른 형태로 볼 때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느낌이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 잊을 수 없는 체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운드나 공간감 같은 부분도 극장에서 보는 것과 집에서 보는 건 확연한 차이가 나니까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영화는 영화관에서 볼 때 가장 최상의 체험을 누릴 수 있다. 작은 화면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스크린의 웅장함과 사운드는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대표님이 꿈꾸는 이상적인 영화관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이상적인 영화관의 모습이 따로 있지는 않고요. 대전 아트시네마로 대입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시설을 조금 더 개보수해서 훨씬 쾌적한 환경으로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이상적인 모습이 따로 있지는 않다는 건, 지금의 대전 아트시네마가 바로 이상적인 모습에 가장 근접해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때로 이상은 현실과 맞닿아있기도 하니까.
“마지막으로, 매일 대전 아트시네마의 문을 오픈할 때 어떤 생각들을 하면서 문을 여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늘도 또 하루가 시작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죠. 저에게 있어서는 워낙 일상적인 공간이고, 매일 하루를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대표님이 매일 하루를 지탱하는 이 공간 속에서, 누군가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영화와 사랑에 빠진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대전 아트시네마가 사랑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몽글몽글해진 마음을 가득 안고 진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