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시간을 걷다, 대전천

내가 사랑한 영화관 - 대전 (3)

by 석류

IMG_1717.JPG 보슬보슬 내리는 비 때문에 한산한, 대전천.


비 오는 대전천을 걸었다. 우중 산책을 즐겨하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따라 내리는 비와 함께 걷고 싶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대전천은 한산했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천천히 빗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톡톡 소리를 내며 귓가에 꽂히는 걸 듣고 있자니 저절로 감성에 젖어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IMG_1715.JPG 대전천에서 보이는 목척교.



예전에 섬에 살았던 시기에 나는 종종 우산을 들고 산책을 했다. 우산을 쓰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우산이 만들어준 조그마한 공간이 아무도 침범하지 못할 것만 같은 나만의 작은 결계 같은 느낌이어서, 보슬비가 내릴 때면 우산 밑으로 숨어들곤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 나만의 결계 속에서 산책을 하며 여러 기억들을 떠올렸다. 떠오르는 기억 속에서 나는 하나의 얼굴을 찾아냈는데, 그 얼굴을 떠올리자 그리움이 엄습했다. 오래전 우리는 정말 가까웠는데, 지금은 서로의 생사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끊어져있다. 그가 해외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우리가 만났을 때, 그는 나의 꿈을 응원해주었었다. 글 쓰는 내 모습을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하던 그 얼굴을 떠올리자 미치도록 그가 보고 싶었다.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이 시기에 그는 건강히 잘 있을까. 여전히 해외에 있을까. 아니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까. 지금의 내 모습을 본다면 정말 좋아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옆에 흐르는 대전천에 그에 대한 그리움을 띄워 내려 보냈다. 흐르고 흘러, 언젠가는 그에게 닿기를 바라면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양한 영화적 체험의 장소, 대전 아트시네마 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