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담는 시간, 철길 숲

내가 사랑한 영화관 - 포항 (3)

by 석류

IMG_1987.JPG 철길 숲이라는 이름답게 철길이 깔려있다.


연신 내렸던 비가 무색하게 강하게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철길 숲을 걸었다. 책방을 가기로 해서, 철길 숲을 따라 계속 걷기로 했다. 철길 숲을 따라 쭉 걷다 보면 길 끝에 책방이 나오니까. 너무 더운 날씨 탓에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하나씩 손에 들고 친구와 함께 걸었는데, 얼마 안 걸었는데도 얼음이 전부 녹아버려 금세 커피는 미지근 해졌다. 미지근해져 커피잔에 어린 물기처럼, 내 얼굴에서도 계속 땀이 돋아났다. 고개를 돌려 친구를 바라보니, 친구의 얼굴에서도 땀은 만만치 않게 솟고 있었다. 우리는 땀을 닦아내며 계속 묵묵히 길을 걸었는데, 너무 더워서 괴로웠지만 이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게 다가왔다.



*



이 친구를 생각할 때면 나는 가장 먼저 영화라는 매개체가 떠오른다. 우리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눈 영화의 순간들이 얼마나 눈부셨는지도. 서로가 보았던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며, 맛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참 귀한 일이다. 철길 숲을 걷기 전, 우리는 또 한 편의 영화를 꺼내어 먹듯이 한참 이야기를 나눴고 나는 그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고 바랐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너무도 행복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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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9921.jpg 우리 다음에는 선선한 시간의 철길 숲을 함께 걸을 수 있기를.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계속 걷다 보니 어느덧 철길 숲은 끝이 났다. 너무 길어 보여서 끝이 없어 보였는데, 막상 산책이 끝났다고 생각하자 조금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다음번에 포항에 다시 온다면, 그때도 우리 함께 이 길을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낮의 철길 숲을 걸었으니, 다음에는 선선한 저녁의 철길 숲을 걷는다면 더 좋겠다. 지금의 이 시간이 추억의 상자에 또 다른 기억들을 추가할 수 있는 시간이기를 바라며 나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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