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편의점에 있습니다 - 제13화
영화 <박화영>에서 박화영은 집을 나온 또래 아이들의 엄마 같은 존재로 그들에게 먹을 것과 잘 곳을 제공해준다. 그렇게 숙식 제공만 해주면 좋으련만, 박화영도 아이들도 모두 미성년자에게는 허락이 되지 않은 술과 담배와 가까이 지낸다. 제대로 된 어른이 없는 곳에서 아이들은 그렇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모르는 채 너무 빨리 속세에 찌든다.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현실은 더 했으면 더 했지. 교복을 입고서 거리낌 없이 술과 담배에 대해 내뱉고, 심지어 줄줄이 시식대에 앉아 컵라면을 먹으며 친구에게 전화해 “나와. 담배 한 대 피자.”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며 쓸데없는 당당함에 질릴 지경이었다.
교복을 입고서 “히말라야 한 갑 주세요.”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단호하게 미성년자에게는 안 판다고 말하며 쫓아냈는데, 기가 막혔다. 무엇을 숨기고, 무엇에 당당해야 하는지 모르는 걸까? 요즘 아이들은 겁이 없다. 그런 아이들을 이용해 먹는 어른도 문제다.
자주 오는 손님 중에 하루에도 몇 번씩 와서 종류별로 담배를 사가는 한 남자가 있다. 처음에는 어른이기에 별 의심을 하지 않고 담배를 건넸지만, 매일 같이 반복되다 보니 그가 나는 좀 의심스러워졌다. 종이쪽지에 담배 종류가 적힌 걸 보고 사갈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단정 지을 수도 없고 만약 그가 실제로 아이들에게 소정의 담배 심부름 값을 받고 담배를 사다 준다 하더라도 내가 뭘 어떻게 하겠는가. 자기가 피려고 산거라고, 그런 게 아니라고 발뺌하면 그만일 텐데.
정의가 죽어버린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나쁜 어른이다. 규범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어른들. 나는 담배를 대신 심부름해주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코 묻은 돈 벌어서 사는 게 좋냐고. 그러나 현실은 목구멍 밑까지 올라온 물음을 집어삼킨 채 묵묵히 계산만을 할 뿐이다. 나는 한낱 알바생에 불과하니까. 만약 내가 사장이었다면 당당히 물어볼 수 있었을까 싶어서 그가 다녀갈 때 면 나는 괴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