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편의점에 있습니다 - 제23화
포켓볼을 친지 1분도 안돼서 운 나쁘게도 8번 공을 넣어버려 단 번에 게임이 끝나버리는 것처럼 운이 나쁜 날이 있다. 나에게 있어서 운이 나쁜 날이란 오늘과 같은 날이다. 진상이 연달아오는 날.
마스크를 내리고 전화 통화를 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통화하라고 말했더니 자신을 병균 취급한다며 욕을 내뱉으며 끝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손님, 앞사람이 뻔히 계산중인데 일방적으로 끼어들어서 담배 이름을 내뱉고 자기 담배 빨리 내놓으라고 욕하는 무개념 손님, 은행에 가지 못해 가게에도 잔돈이 별로 없는데 왜 잔돈을 안 바꿔주냐며 욕하며 떼를 쓰는 손님까지. 이들의 특징은 장시간 가게에 머물며 아르바이트생에게 욕이 섞인 행동을 계속 어필한다는 것이다.
그들을 잠시만 마주해도 기가 쭉쭉 빨린다. 시간차를 두고 와도 힘든데, 왜 진상 손님들은 연달아 올까. 운수 나쁜 날이다. 정신적 데미지를 미처 다 회복하기도 전에 또다시 맞이하는 진상들의 행렬에 내 얼굴은 점점 더 하얗게 질려만 간다. 하얗게 질려버린 내 얼굴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는 듯, 차례차례 순번을 뽑고 입장하기라도 하듯 연이어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하얗게 질린 얼굴만큼이나 온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낀다.
진상을 상대하는 건 정신적으로 너무 지치는 일이고, 오늘 같은 날은 더더욱 지치기에 나는 퇴근이 더 간절해진다. 그리고 다가오는 내일은 진상이 덜하기를 빌어본다. 내일도 오늘 같은 날이라면 나는 숨을 쉴 수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