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편의점에 있습니다 - 제24화
날이 갈수록 보이스피싱이 점점 더 교묘해진다. 메신저나 번호를 해킹해서 본인 인척 해서 부모에게 문화 상품권이나 구글 기프트 카드를 대신 사서 번호를 보내달라고 하는 것은 물론이고, 편의점 매장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구글 기프트 카드 회사의 직원 인척 사칭해서 사기를 치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언제였던가. 몸이 불편한 손님이 와서 이걸 사야 하는데 어떤 거냐며 대뜸 휴대폰을 내밀었다. 뭔가 싶어서 휴대폰을 봤더니 구글 기프트 카드 사기였다! 손님이 보내준 화면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다.
「엄마 나 휴대폰이 고장 나서
전화를 못하는데 급하게 구글
기프트 카드 사야 하는데 지금 바로
편의점에 가서 좀 사서 보내줘.」
휴대폰 고장? 웃기시네. 전화하면 본인이 아닌 걸 들킬 테니 전화를 못하는 거겠지. 나는 손님에게 요새 보이스피싱 사기가 많은데, 이것도 자식 인척 사칭해서 그런 거라고 절대 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내 말이 너무 빨랐을까, 아니면 발음이 부정확했을까. 손님은 눈을 끔뻑거리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고 나는 급하게 종이를 뒤져 이면지를 발견하고 거기에 또박또박 큰 글씨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적었다.
「저거 구글 기프트 카드 사칭 사기예요. 사서 보내면 안 돼요. 요새 사칭 사기 많아요.」
종이에 적힌 글자를 손님은 천천히 읽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고, 천천히 문을 밀며 매장 밖으로 나갔다. 나는 손님이 나가는 걸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는 구글 기프트 카드를 자식 휴대폰 번호로 문자가 왔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믿고 사러 온 손님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내 그 안쓰러움은 내게로 옮겨왔다.
나에게는 저렇게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고 바로 부탁한 대로 해주는 부모가 없으니까. 그 후로도 몇 번 보이스피싱에서 손님들을 구해냈는데, 그때마다 나는 같은 기분을 맛보아야 했다. 구글 기프트 카드를 사러 온 부모님을 둔 자식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얼마나 그들이 맹목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