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날 것 같아서 가을의 선암사로 갔습니다 (1)

순천 선암사 템플 스테이

by 석류


항상 템플스테이를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좀체 시간이 맞지 않아서 템플스테이 가기를 뒤로 미뤄야만 했는데, 이번에는 미루지 않을 이유가 생겼다.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정말 속세를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주일 전에 급하게 선암사 템플스테이를 예약했다.


진주에서 선암사까지 오가는 시간이 있었기에, 하루는 너무 짧았고 이틀은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목, 금 이틀을 예약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새벽에 일어나 오전 일곱 시 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출발해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다가 선암사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뜻대로 다 된다면 그것이 인생이랴. 출발부터 삐거덕거렸다.


전 날 늦게까지 여러 스케쥴들을 소화한지라 피로감이 상당했던 터라 기상시간인 새벽 다섯 시가 아닌 여섯 시에 일어나버렸다. 잠에서 깨자마자 ‘망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버스가 아닌 기차를 타기로 했다. 진주역에서 출발하는 열두시 오십분 기차.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몰랐다. 기차역에서 바보 같이 서 있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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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역까지는 꽤 먼 거리인데다가 오가는 시내버스의 배차 시간이 길었기에 택시를 잡아타고 역으로 향했다. 나름대로 넉넉하게 역에 도착했는데, 예매한 기차표를 살펴보다가 얼굴이 굳어버렸다. 반대로 예약을 해버렸다. 진주에서 순천으로 가는 게 아닌, 순천에서 진주로 오는 걸로. 비몽사몽 중에 예약을 해서 착각을 했던 걸까.


순천으로 향하는 기차의 플랫폼에 홀로 서서, 급하게 순천으로 향하는 기차표를 살펴보았지만 시간이 맞지 않았다. 남은 방법은 단 하나. 원래 계획대로 버스를 타는 것뿐이었다. 제발 가까운 시간대에 버스가 있기를 바라며, 떨리는 마음으로 버스 시간표를 조회하니 한시 이십분에 순천으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부랴부랴 순천행 버스를 예매하고, 다시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헛웃음이 났다. 게다가 순천에 도착하면 또 택시를 타야 할 판이었다. 순천 시내에서 선암사로 향하는 버스는 한 시간 간격으로 오는데, 내가 도착하는 시간에는 버스가 이미 출발했을 시간이었으니까.


출발부터 쉽지 않은 여정을 바라보며, 나는 괜스레 걱정이 들었다. 돌아오는 날까지 무사히 아무런 일 없이 올 수 있을까. 걱정을 가득 안고 그렇게 순천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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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선암사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이제까지 선암사를 갈 때는 언제나 버스를 타고 갔는데, 택시를 타고 가는 건 처음이었다. 확실히 버스를 탈 때보다는 빨리 도착했지만, 그만큼 내가 지불해야 할 요금은 만만치 않았다. 택시비로 32,000원이 나왔다. 진주에서 출발 전에 헛발질을 하며 들인 택시 요금까지 합하면 도합 50,000원 가량의 요금이 들었다. 선암사 템플스테이 1박 요금이 50,000원인데, 1박을 더 할 수 있는 돈을 택시비로 날렸다고 생각하니 아까웠지만 그래도 무사히 선암사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더 이상 택시비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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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 선암사는 여전히 좋았다. 매번 봄의 선암사 위주로만 왔는데, 가을의 선암사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완연한 가을의 냄새가 났다. 템플스테이 사무실에 템플스테이를 하러 왔다고 말하니, 스님이 고무신과 템플복을 지급해주었다. 이틀간 내가 머물 방도 안내해주었는데 내가 머물 방은 2층 구석에 위치한 심검당 4번. 이틀 동안 있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1층보다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2층으로 배정해주었다.


네 시 반부터 사찰안내가 시작된다고 해서, 짐을 풀고 템플복으로 갈아입었다. 아직 사찰안내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삼십 분가량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보일러가 돌아가 따뜻한 방안에 누웠다. 이불 두 채와 조그마한 책상 하나가 끝인 단촐한 방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한 느낌이었다. 잠을 자고, 쉬는 곳이라는 본연의 방의 목적을 그대로 실현하고 있어서 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