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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May 31. 2023

2022. 06. 02

1부 1-6화

 

 휴식 시간이 끝나고 1시간 40분 정도 더 일을 하고 나니, 고대했던 퇴근 시간이 되었다. 퇴근하는 통근 버스는 센터의 2층에서 탄다고 했다. 1층에 있는 교육을 들었던 휴게실로 내려가 사물함에서 짐을 꺼냈다. 9시간 만에 확인한 휴대폰에는 읽지 않은 알림들이 가득 떠 있었다. 물류센터에서 내가 일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연락이 가득했는데, 다행히도 나는 첫 근무를 무사히 마치고 나왔다.      


 출근할 때도 퇴근할 때도 C사가 만든 자체적인 어플로 출퇴근을 눌러야 하는데, 얼른 버스를 타야 한다는 생각에 버스를 타러 2층에 올라갔더니 출퇴근을 기록하는 어플이 작동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눈앞에 보이는 보안요원에게 물었더니 1층에서만 어플이 작동되니 밑에서 퇴근을 찍고 올라와야 한다고 했다.     

 

 퇴근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오늘 땀 흘려 일한 게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지라 나는 급한 걸음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가 1층에서 퇴근을 누르고 다시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 오늘 내가 오르락내리락한 계단의 층수를 합치면 아마 30층은 족히 될 것 같았다.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로 통근 버스를 타고 진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해가 뜨는 걸 보았다. 누군가는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에 퇴근하는 삶. 앞으로도 이런 시간들이 꽤 많이 펼쳐질 거라는 생각을 하니 감성은 조금 줄어들었다.     


 통근 버스에서 내리는 길에 오늘 친해져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알려준 아주머니에게 눈인사를 했다. 그러고 보니 아주머니의 이름도 모른다. 물어볼 걸 그랬나 싶었지만, 다음에 갔을 때 아주머니도 같이 일하는 날이라면 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시내버스 첫 차가 뜨기도 전에 도착한 진주에서 우리 동네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이제는 확연히 밝아진 하늘을 보았다. 집에 가면 인터넷에서 주문해놓은 아날로그 시계와 오늘 내가 일했던 C사에서 주문한 로켓 배송 상품이 와있을 터였다. 그렇게 로켓 배송으로 시작해 로켓 배송으로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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