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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n 04. 2023

2022. 06. 07

1부 2화

 

 물류센터로 두 번째 출근을 했다. 오늘은 지난번에 일한 4층이 아닌 3층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3층은 4층과 방법은 비슷했지만 훨씬 힘들었다.     


 나만 3층에서 처음 근무하는 건지, 명단이 적혀있는 종이에 이름을 체크 후 줄을 서는 모습이 익숙해보였다. 노란 조끼를 입은 관리자가 줄을 선 사람들 틈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손가락으로 인원수를 세었다.  

   

 인원수를 세고 난 후에 국민체조 음악이 어디선가 흘러나왔고, 다들 일사불란하게 체조를 시작했다. 학창시절 이후로 국민체조를 할 일이 없었는데, 물류센터에서 하게 될 줄은 몰랐기에 헛웃음이 나왔다.      


 체조가 끝나자 “PDA 받으실게요.” 라는 노란 조끼의 말에 사람들이 PDA를 받기 위해 노란 조끼 주변으로 몰려가 줄을 섰다. 흡사 배급을 받는 것 같이 느껴져서 나는 눈을 깜빡거리다가 따라서 맨 뒤에 줄을 섰다.

    

 몇 분 후 노란 조끼가 PDA를 다 나눠준 걸 확인하고 스캐닝을 하기 시작했다. 손에 든 바코드 스캐너로 PDA에 있는 각자의 바코드 번호를 스캔했는데, 그 스캔을 통해 그 날의 업무와 업무 구역이 나눠지는 것 같았다.  


 나는 ‘싱글’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L자 모양의 커다란 구르마 카트에 집품 하는 업무를 배정 받았다. 처음 왔을 때는 A자 모양의 카트로만 집품을 했던지라 ‘싱글’은 전혀 할 줄 몰라서, 주뼛거리다가 얘기를 했다.

    

“저, 이 카트로는 한 번도 안 해 봐서 그러는데 방법을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내 말에 노란 조끼는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집품을 하는 방법은 A자 카트를 쓰는 ‘오토’와 똑같지만, ‘싱글’은 토트 하나를 카트위에 싣고 토트 전체에 물건을 계속 실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토트나 물건을 컨베이어에 올리는 게 아닌 ‘스파이더’라고 불리는 남자들에게 카트 전체를 인계해야 한다고도.     


 처음 해보는 싱글 카트 업무는 상상 이상이었다. 50kg 이하는 집품 종료도 뜨지 않았고, 너무 무거워서 종료를 하려고 하면 물건을 더 채우라는 안내 표시가 떴다. 60kg 가량을 채우자 겨우 겨우 피킹을 완료할 수 있었다. 60kg가 최소한의 마지노선인 것 같았다.     


 종일 내 몸무게보다 훨씬 무거운 카트를 끌고 다니며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모른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물을 틈틈이 계속 마셔도 화장실을 가는 일은 드물었다. 물론 화장실이 3층도 끄트머리에 있어서 가기 힘든 것도 한몫했지만.      


 게다가 내 키보다 높이 산적해있는 박스더미들은 왜 이렇게 많은 건지. 박스들을 내리면서 순간순간 나를 덮치려하는 안전사고의 위험과 계속 마주해야만 했다. 4층이 스피드와의 싸움이라면, 3층은 중량물과의 싸움이었다.      


 퇴근 후 통근 버스를 타고 진주에 도착해 내리면서 허리가 너무 아파서 자동으로 앓는 소리가 났다. 집까지 간 게 용하다 싶을 정도로 허리가 아파옴을 느끼면서, 나는 이곳에서 오래 일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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