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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n 11. 2023

2022. 06. 20

1부 4화

 

 오늘의 근무는 출근 확정 연락이 너무 늦게 와서 하마터면 통근버스를 타러 가는 게 아슬아슬 할 뻔 했다. 오후 3시 43분에야 확정 연락이 왔는데, 우리 집에서 통근버스를 타는 동네까지 여유롭게 가려면 최소한 4시에는 집에서 나와서 시내버스를 타러 가야한다.     


 한참을 기다려도 확정 연락이 오질 않아서 근무 마감이 된 건가 싶어서 반쯤 포기한 상태로 있었는데, 뒤늦게 연락이 와서 당황스러웠다. 미리 나갈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기다리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택시를 타고 통근버스 타는 곳 까지 가야했을 거다.     


 나만 늦게 연락이 온 줄 알았는데, 센터에 가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연락을 늦게 받았다고 했다. 오늘은 전체적으로 다들 늦게 연락을 보낸 모양이었다. 멀리서 오는 타지 사람들을 위해서 최소한 통근버스를 타기 두 시간 전에는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멀리서 오는 사람들은 근무가 마감되어서 가질 못해도 최소한 다른 스케쥴을 잡고, 움직일 수가 있으니까.     


*     


 근래에 꽤 자주 입고 업무를 하다가 다시금 출고 집품을 했다. 허리와 발이 아프고, 온몸이 힘든 건 솔직히 아직도 버티기 힘들지만 그나마 출고는 카트위에 가득히 쌓인 토트 바구니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불편함이 없어서 시야 확보는 가능하니 나은 느낌이다.     


 종일 3층에서 L카트로 무거운 물건들을 끊임없이 실어 날랐다. 그런데, 오늘 물량이 많았던 건지 새벽 두시쯤 되자 30분 연장 할 예정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연장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중앙에 나와서 말해달라는 이야기와 함께. 연장 근무를 딱히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연장 근무 시간에 맞추어서 통근버스가 출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30분 동안 멍하니 있을바에는 일이라도 하면 돈이라도 버니까.     


 새벽 4시 30분. 연장을 끝마치고 나니 온몸의 진이 쭉 빠진 기분이 들었다. 흥건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퇴근을 위해 중앙에 가자 속속들이 집품을 끝마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퇴근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항상 신기한 느낌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체 어디에 있다가 다 나오는 건가 싶어서. 나 역시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딘가에서 뿅하고 튀어나오는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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