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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n 14. 2023

2022. 06. 28

1부 5-1화

 

 아직 초복이 오지 않았음에도 벌써 이렇게 힘들면, 한 여름은 어떻게 버텨야 할까. 임시지만 쉬는 시간이 달라졌다. 원래는 새벽 2시부터 2시 20분까지 20분간 휴식하는데, 약간 변경 되었다. 10시 타임에 식사를 하러 간 사람들은 1시 20분부터 1시 55분까지 쉬고, 10시 40분에 식사를 하러 간 사람들은 1시 55분부터 2시 30분까지 쉬는 걸로.      


 쉬는 시간이 당겨진데다가 15분을 더 쉰다는 건 좋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임시 휴게실에서 들은 말에 의하면 얼마 전에 일하다가 쓰러진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누군가가 쓰러져야만 15분을 더 쉴 수 있는 시스템이라니. 슬퍼졌다.     


 실내온도가 33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 이상 15분을 더 쉬는 일은 없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온도계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일하는 공간이 아닌 중앙부에 있다. 관리자의 책상에. 그곳에는 선풍기와 에어렉스라는 바람이 나오는 기계가 있어서 온도가 33도로 올라가는 일은 드물었다. 가장 시원한 곳에서 온도를 측정하고 있는 온도계. 온도계의 위치를 집품하는 공간으로 바꾸면 온도는 진작에 33도를 넘었을 텐데. 이것 또한 하나의 꼼수가 아닌가 싶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15분을 더 쉰다는 사실이 불편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5분을 더 쉬니 그제야 제대로 쉬는 것 같아서 가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나 역시도 현기증이 일고 숨이 막히는 순간이 무수히 많았는데, 쓰러진 노동자 또한 오죽했을까.      


 쉬는 시간이 끝나자 중앙에 모여 체조를 했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총 3번의 체조를 한다. 맨 처음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국민체조 음악에 맞추어서 체조를 하고, 식사시간이 끝나고 난 뒤와 쉬는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는 간략하게 축약한 체조를 하며 몸을 푼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몸을 풀어준다고 하지만 솔직히 체조의 효과는 하나도 모르겠다. 체조를 한다고 해서 풀릴 몸이었다면, 진작에 풀어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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