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ma 네 번째 이야기, 소년
누구나 마음속에 판타지가 하나씩은 있다. 나에게는 소년이라는 단어가 그러했다. 어쩌면 패티쉬라고도 할 수 있을. 소년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인 판타지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은 루키노 비스콘티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나온 비요른 안데르센의 영향이 컸다. 그의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아름답지만 불완전한 그런 소년의 모습을 나는 그에게서 보았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소년이라는 글자만 봐도 울렁울렁 거리는 기분을 갖게 되었다. 소년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있어서 젊음, 불완전함, 아름다움을 상징했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내 앞에 교복을 입은 소년이 서있었는데 그 소년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느꼈다. 단단해 보이지만 여리고, 여리지만 물렁하지 않은 불완전함을. 소년이라는 단어는 불안한 청춘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소녀였던 그 시절을 꺼내어보는 추억의 버튼 역할도 겸하곤 했다. 소년, 나에게 영원한 판타지로 남을 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