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ma 다섯 번째 이야기, 보고 싶다
보고 싶다는 말이 어느새 보고 싶다는 뜻 자체로 작용하지 않게 된 세상이 되었다. 나의 보고 싶다는 말도 마치 지켜지지 않을 약속의 말인 ‘언제 한 번 밥 한 끼 하자’처럼 의미 없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난 정말 보고 싶은데. 나의 보고 싶다는 말에 너는 짧은 대답만 보낼 뿐 끝끝내 보고 싶다는 말을 내뱉지 않았다. 흘러가는 말이라도 진심이 아닌 건 하지 않겠다는 의지일까. 그래서 나는 네게 더 목마르다. 아무런 의미가 담기지 않아도 좋으니, 네가 먼저 보고 싶다고 이야기해준다면 나는 날아갈 텐데. 너는 나를 언제쯤이면 날 수 있게 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