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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Mar 04. 2024

2023. 08. 01

1부 61화

 

 매번 정기 배송일은 힘들지만, 이번 정기 배송일은 이제까지 겪은 정기 배송일과 차원이 달랐다. 4시 퇴근인데, 3시 50분까지 분류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렇게 임박해서까지 일했음에도 연장을 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물량이 정말 많아서, 사람도 많이 뽑았더라. 135명의 단기들이 출근했으니까. 집품되는 상품의 양도 어마어마했고, 그만큼 포장되어 출고되는 건도 많아서 그런지 시작부터 간선 타임이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간선장이 터졌다.     


 이렇게 시작부터 간선이 끝날 때까지 간선이 많이 나온 건 처음이었다. 간선장 테이블 위에 더 이상 간선을 올릴 데가 없어서, 바닥에 떨어진 상품들에 둘러싸여 발을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였으니까.     


 겨우 겨우 간선을 마무리 짓고 나니 일반 건들이 폭탄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B열에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을 정리하러 도와주러 갔다가 헬게이트를 경험했다. 바닥으로 물건들이 떨어지는 건 기본이었고, 심지어 바닥에 쌓인 물건이 내 허리 높이까지 쌓여서 올라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따로 카트를 세팅하고 거기에 분류 토트를 싣고 지역별로 분류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쌓이는 건 전혀 줄어들지가 않았다.     


 나포함 9명이 B열에 붙어서 지역별 분류를 했음에도 쉬는 시간 전까지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카트와 바닥에 따로 분류 토트를 펼쳐서 담는 걸 계속 지속하기를 반복했더니, 3시 20분 무렵에야 겨우 정리가 됐다.      


 보통은 이 정도 인원이 붙을 정도로 쌓이지도 않고, 이 정도 인원이 붙게 된다 치면 정리가 빠르게 되어야 정상인데 그게 되지 않을 정도로 물량이 많았다. 매번 분류장에서 역대급을 경험하지만, 다시 또 레전드를 경신하게 될 줄은 몰랐다.     


 퇴근하는 통근 버스 안에서 손을 보니 손이 전부 까져있더라. 그 정도로 힘든 날이었다. 문득, 간선장에서 토트를 빼던 스파이더 남자분이 나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사원님은 항상 힘든 날마다 분류하러 오시네요.”     


 힘든 날마다 나를 분류장에 내리니까 그럴 수밖에. 어느새 분류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구원 투수가 되었지만, 분류장의 고된 업무는 시간이 지나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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