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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Mar 08. 2024

2023. 11. 08

2부 1-1화

 

C사가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출근을 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집에서 왕복 6시간이나 걸리는 먼 거리지만 충북 옥천까지 일을 가게 되었다. 11월 8일에 옥천 허브로 첫 출근을 했다. 출근 신청을 해도 당일 날 오후 3시에나 마감인지 확정인지를 알려주는 C사와 달리 옥천은 지원하자마자 연락이 왔다. 원래는 11월 7일에 첫 근무를 하러 가고 싶었는데, 인원이 다 차 있었는지 11월 8일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대망의 첫 출근 날. 옥천으로 가는 통근 버스를 탔다. 진주에서 가는 게 만만치 않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 많아서 놀라웠다. 나를 포함해 13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오후 5시 10분에 버스가 출발했다. 출발과 동시에 버스 기사님이 버스의 불을 꺼주었다. 먼 길을 오가는 데다가 무려 12시간의 중노동을 해야 해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잘 수 있도록 작은 배려를 해주는 게 고마웠다.     


 어두운 버스 안에서 잠이 들었다가 도착할 무렵 잠에서 깼다. 버스의 불이 다시 켜지고, 안전모를 쓴 사람이 올라타서 버스에 몇 명이 탑승했는지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갔다. 그 사람이 내리고 다른 안전모를 쓴 사람이 올라탔는데, 처음 온 사람들에게 손을 들라고 했다. 처음 온 사람은 나포함 5명이었다. 손 든 사람들은 먼저 내리라고 해서 내렸더니 빨간색 안전모를 쓴 사람 쪽으로 가서 대기를 하라고 했다.      


 빨간색 안전모를 쓴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니, 문자로 안내받은 본인의 소속이 있을 테니 알려주라고 했다. 내가 안내받은 소속은 중부지사. 중부지사라고 말하니, 건너편에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에게로 가면 된다고 했다.     


 건너편에 있는 검은 옷의 사람에게로 가자 나처럼 신입으로 보이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자신을 따라오면 된다고 해서 따라갔더니 ‘중부지사 쉼터’라고 팻말이 붙은 휴게실이 있었다.     


 그곳에서 검은 옷이 시키는 대로 절차들을 성실히 이행했다. 출퇴근 어플은 얼굴 인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맨 처음 얼굴 인식을 위한 사진 촬영부터 했다. 사진 촬영을 마친 후에는 본인이 맞는지 신분증 확인을 했고, 혹시 아프거나 수술한 게 있는지 확인을 위해 휴게실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는 문진표를 작성했다.   

   

 문진표는 모바일로도 작성해야 했는데, 모바일 작성까지 끝마치고 나니 출퇴근 어플의 아이디가 생성되었다. 아이디가 생성된 후, ‘현장 도착’ 버튼을 누르고 얼굴 인식을 하자 출근이 완료되었다.     


 그다음엔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멀뚱멀뚱 있었더니,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해서 앉아서 기다렸다. 잠시 후, 또 다른 신입들이 도착했고 그들은 나와 똑같은 순서로 아이디 생성을 마쳤다.     


*     


 신입들이 모든 절차를 마친 걸 확인한 검은 옷이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그를 따라서 계단을 타고 오르니 2층 식당이 나왔다. 2층 식당은 칸막이로 각 자리가 나뉘어 있었고, 군데군데 칸막이 위에 각 지역별 팻말과 옥천 허브에 인력을 제공하는 듯한 아웃소싱 업체들의 팻말이 붙어 있었다.     


 우리는 중부지사라고 팻말이 붙어있는 칸막이 쪽에 앉아서 혈압검사를 기다렸다. 2층 식당은 식당의 역할도 하지만, 한쪽 편에 혈압검사를 위한 측정도구가 여러 개 놓여져 있어서 혈압검사실로도 이용되고 있었다.   

   

 혈압검사는 옥천 허브에서 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통과 의례였다. 정상 혈압이 나오지 않으면, 이곳에서 일할 수 없고 귀가조치를 받는다. C사에서도 멀쩡히 일하는지라 당연히 내 혈압은 정상이겠지만, 괜히 두근두근 떨렸다.     


 혈압 검사는 측정도구에 오른팔을 넣고, 왼 손으로는 출퇴근 어플의 바코드를 혈압 기계에 대고 스캔하면 측정이 시작되는 시스템이었다. 바코드 인식까지는 문제가 없었으나, 셀프로 혈압을 재는 게 처음이라 그런지 잘못 잰 건지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차이 나게 나왔다. 대체 왜 이런 건가 싶어서 어리둥절한 상태로 혈압 측정 용지를 들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더니, 검은 옷이 와서 보더니 자기가 도와줄 테니 다시 재자고 했다.     


 그가 시키는 대로 다시 했더니 정상 혈압이 나왔다. 알고 보니 오른팔을 내가 제대로 된 위치에 고정시키지 않고 덜 넣은 거였다. 어쩐지 뭐가 이상하다 했다. 무사히 정상 혈압이 나온 걸 확인한 후에, 다 함께 안전 교육실로 이동했다.     


 근무 투입 전 안전 교육을 받을 예정이었다. 안전 교육실에는 다른 업체를 통해서 온 신입들도 대거 모여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안전 교육을 받는데, 혈압 검사에서 통과하지 못한 두 명은 귀가 조치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혈압 검사가 중요하다고 했다.      


 손 끼임 사고가 많으니 항시 주의해야 한다고 하면서 사고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가는데, 무서웠다. 컨베이어 벨트는 언제나 겁난다.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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