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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Mar 11. 2024

2023. 11. 08

2부 1-2화

 

 안전 교육을 끝마치고 이름을 호명하는 사람들은 교육실 밖으로 나오면 된다고 해서, 나갔더니 남자 5명이 복도에 서 있고 안전모를 쓴 사람이 우리를 데려갔다. 그는 우리에게 노란색 안전모를 챙겨서 쓰라고 했다.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그를 따라가는데, 나만 유일한 여자여서 괜히 마음이 불안했다.      


 가는 길에 안전화도 착용해야 했는데, 나는 C사에서 사용하던 개인 안전화를 챙겨 와서 신고 있었기에 공용 안전화를 신지 않아도 되었다. 안전화까지 착용하고 다시 또 이동하니 테두리에 이름과 반장이라고 라벨이 붙은 파란색 안전모를 쓴 사람이 각자 파트를 나눠서 배정해 주었다. 나는 상차를 하는 곳에 배정이 되었다. 정확하게는 상차 분류.     


 내가 맡은 업무는 춘천과 수지로 가는 레일 두 개를 맡아서 상차하는 사람 쪽으로 물건을 밀어주고, 가볍지만 부피가 큰 물건이 있으면 바닥에 내려서 쌓아두고 춘천과 수지로 가는 운송장 코드가 아닌 것들은 따로 빼서 분류장으로 가는 컨베이어에 올리는 일이었다.      


 밀어주면서 바코드가 잘 찍히게 운송장이 잘 보이게 정리하는 건 기본으로 해야 했다. 적재가 완료된 트럭이 빠지고 새 트럭이 들어오기 전까지 레일에 쌓인 물건들도 바닥에 내려서 차곡차곡 쌓아야 했다. 그래야 새 트럭이 들어오면 다시 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말로 설명하면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레일은 수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물건에 직접 힘을 줘서 밀어야 했는데, 온갖 무거운 상품들이 줄줄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춘천과 수지 쪽 레일에 쌓일 때마다 밀어주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춘천과 수지 상차는 나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20대 남자분들이 한 명씩하고 있었다. 오늘 처음 이 업무를 맡게 된 나와 달리 그분들은 이미 해본 적이 있는지, 능숙하게 박스들을 트럭에 적재하고 있었다.

    

 춘천 레일에 물건들을 밀어주고 잠시 물이라도 마시려고 하면, 수지 레일에 물건이 쌓여서 쉴 틈이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다가 12시에 모든 기계가 멈추었다. 1시까지 식사시간이라고 했다.      


 워낙 내부가 미로처럼 되어있어서 식당의 위치를 잘 몰라서 사람들이 나가는 쪽으로 따라 나갔더니 식당이 나왔다. 메뉴는 양배추 불고기, 김치, 무말랭이, 배추국, 밥이었다. 컵라면이 든 봉지도 있었다.    

  

 밥을 먹지 않으면 대신 라면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밥을 먹어야 조금이라도 힘을 쓸 것 같아서 밥을 먹기로 했다. 식사는 식판이 위치한 곳에 있는 스캐너에 출퇴근 어플에 나와 있는 개인 바코드를 스캔해야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바코드를 스캔하고 식판을 들었다.     


 다른 건 알아서 양을 퍼갈 수 있었지만 메인 반찬인 양배추 불고기는 식당 아주머니가 배식을 했는데, 양배추만 한가득 퍼줘서 고기는 거의 맛도 보지 못했다. 국과 같이 밥을 꾸역꾸역 먹었는데, 몸을 쓰는 일인데 어째서 이곳도 C사만큼이나 식사가 맛이 없다. 아니, 오히려 C사보다 더 맛이 없다. 충격적이었다.    

 

 맛이 없지만 아침까지 일하려면 억지로라도 먹어야 했기에,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나와 밖에서 핫식스를 마시며 쪼그려 앉았다. 앉을 곳이라곤 흡연 장소뿐인데, 그마저도 의자가 몇 개 없어서 먼저 온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앉을 데가 없었다.     


 핫식스를 마시며 휴대폰을 들여다보자 첫 근무를 잘하고 있는지 걱정 어린 연락들이 와있었다. 너무 힘들다고, 밥도 부실하다고 답장을 보냈다. 잠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나자 식사시간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고, 밖에 계속 있기엔 춥기도 해서 12시 45분쯤 상차 분류를 하던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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