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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Mar 13. 2024

2023. 11. 08

2부 1-3화

 

 12시 55분에 다시 모든 기계가 돌기 시작했고, 업무가 슬슬 시작되었다. 식사시간이 한 시간이라는 건 거짓말이었다. 55분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기 시작하기 때문에, 자리에 50분까지는 복귀해야만 했다. 45분쯤에 자리로 돌아간 선택은 잘한 일이었다.     


 1시가 임박하자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온 박스더미들이 레일로 몰려왔다. 다시 또 지옥 같은 수동 레일 밀어주기가 시작되었다. 얼마나 했을까. 수지 쪽 트럭이 적재가 완료돼서 물건을 더 이상 쌓을 수 없는 상황이라 바닥에 물건을 쌓아야 했다. 새 트럭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꽤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연신 바닥에 물건을 쌓는 작업을 상차하는 분과 함께 해야 했는데, 춘천 레일도 신경 써야 해서 몸이 두 개여도 모자를 지경이었다.   

   

 3시 30분쯤에, 새 트럭이 들어왔고 드디어 바닥에 쌓인 물건들을 트럭에 실을 수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춘천 트럭은 바로바로 들어와서 바닥에 적재를 할 필요가 없었다. 한창 적재를 하고 나자 파란 안전모를 쓴 사람이 나를 손짓했다. 그를 따라가니 바닥에 적재된 물건이 한창 쌓여있었다. 다른 지역에 새 트럭이 들어와서 물건을 전부 빠르게 실어야 해서 그걸 도우라고 부른 것이었다.      


 적재된 물건을 레일에 올려 밀어주는 걸 끝마치고 난 후, 그 자리에 있던 분에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자리로 돌아가면 된다고 해서 원래의 자리에서 상차 분류를 다시 하고 있는데 5시쯤 다른 사람이 이리로 와보라고 해서 갔더니 새 트럭 상차 작업을 도우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또 상차 작업을 돕고, 자리에 복귀해서 일을 하고 있으니 어느덧 7시가 되었다.     


 짐을 챙겨서 자리에서 나오라고 해서 나갔더니, 나와 함께 안전 교육실에서 업무 배치를 위해 이름이 불렸던 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 외에 다른 신입들도 한데 모아서 2층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대기후에 7시 30분에 안내에 따라서 퇴근을 위해 출퇴근 어플의 얼굴 인식을 했다. 캡모자를 쓰고, 그 위에 안전모를 썼더니 머리가 잔뜩 눌려서 몰골이 노숙자가 따로 없었다.     


 안전모를 반납하고 퇴근을 하니 아웃소싱 업체에서 문자가 와 있었다. 통근 버스는 7시 50분에 출발한다고 했다. 내일도 재출근할 사람은 문자를 남겨달라고 해서 내일도 출근하겠다고 했더니, 내일의 현장 가동 시간을 알려주며 출발 통근 버스 탑승 시 문자 남겨달라고 했다.      


 내일도 이 업무를 하게 될지, 다른 걸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걱정스럽다. 누군가 교대를 해주지 않으면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해야 한다는 사실이. 화장실 가는 것도 교대를 해주지 않으면 못 가니까. 걱정과 함께 진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잠이 들었고, 오전 10시쯤에 진주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기나긴 옥천에서의 첫날이 드디어 끝이 난 게 실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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