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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Mar 15. 2024

2023. 11. 09

2부 2-1화

 

 어제와 달리 오늘의 통근 버스 탑승 시간은 4시 40분이었다. 집에서 넉넉히 3시 30분에는 나와야 해서, 잘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퇴근 후 동네에 와서 든든하게 국밥을 한 그릇 먹고 집에 들어오자 오전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씻고, 나중에 챙겨갈 소포장 주전부리와 핫식스를 챙기고 잠을 청하기 위해 눕자 12시 30분이었다. 간단하게 뭐라도 챙겨 먹고 나갈 준비를 하려면 2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해서 빡셌다. 혹시나 알람을 끄고 자기라도 할까 봐 휴대폰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잠이 들었다. 두 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출근을 위해 통근 버스를 타러 갔다.      


 통근 버스를 타고 무사히 옥천에는 도착했지만, 문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는 거였다. 어제 있던 C동으로 오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미로 같은 옥천 허브의 내부 구조가 헷갈리는지라 C동으로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몰라서 아웃소싱 업체 팀장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쉼터에 도착해서 연락을 주면 안내해 줄 사람이 올 거라고 했다.     


 쉼터까지는 찾아가는 길이 비교적 수월해서 무사히 찾았다. 쉼터로 가서 전화를 하니 안내를 해줄 분이 나타났는데, 바로 안내를 해주지 않아서 업무 시작 시간이 다되어서야 겨우 현장에 도착했다. 오늘 내가 배치받은 곳은 하차 분류를 하는 곳이었다.      


 하차 분류는 상차 분류보다 훨씬 번거롭고 빠른 속도를 요하는 일이었다. 트럭에서 적재된 상품을 꺼내서 컨베이어에 올려주면 내가 서 있는 레일 쪽으로 넘어오는데 거기서 실시간으로 송장을 보고 층별로 분류해야 했다.     


 레일은 세 군데로 나뉘어져 있었다. 직진으로 가는 방향은 1층, 아래쪽으로 가는 건 2층, 위쪽으로 가는 건 3층이었다. 상차 분류와 달리 하차 레일은 자동으로 흘러가지만 기본적으로 다 직진해서 넘어오기 때문에 수동으로 분류 후 각 층으로 밀어 보내야 했다.     


 3층은 7, 소형, WXHG라고 첫 글자가 적힌 것들을 보내야 했다. 여기서 소형은 소형이라고 따로 적혀있지 않기 때문에 A4용지만 한 크기까지가 소형이니까 3층으로 보내면 된다고 했다. 1층은 1, 3, 5, 8, 9, 2IS라고 되어있는데 2I나 2S라고 붙은 건 모두 1층으로 보내면 된다. 2층은 4, 6, 0, 2TU. 2T나 2U는 2층으로 보내야 했다. 그리고 너무 길거나 큰 상품들은 3층으로 넘어가면 컨베이어 중간에서 걸려서, 1층으로 무조건 보내야 했다.     


 C사에서 분류한 것에 비하면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직접 하니 전혀 간단하지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컨베이어 벨트와 레일 속도가 너무 빨랐다. C사에서 분류하며 경험한 것의 다섯 배쯤은 빠른 느낌이었다. 하루에 물량을 기본 백만 개는 쳐내야 한다고 하던데, 그래서 이렇게 컨베이어의 속도가 빠른 걸까. 느리면 그만큼 물량을 소화해내지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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