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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선생님 (1)

기억의 단상 2022년 7월호

by 석류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을 찾기 위해 다녔던 초등학교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이미 퇴임한지 오래 되셔서 연락이 닿을 방법이 없었다.


망연자실한 마음으로 진작에 연락을 취하지 못한 내 자신을 원망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선생님을 어떻게든 꼭 찾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꼭 한 번 찾아뵙고 싶으니까.


비록 5학년 때 선생님은 연락 되지 않았지만, 다른 선생님들과 순차적으로 연락이 닿았다. 사천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 중1때 국어를 가르쳤던 선생님,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이었던 영어 선생님, 고등학교 때 담임은 아니었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인 윤리와사상을 가르쳤던 선생님,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


국어 선생님 같은 경우는 지속적으로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고, 팬데믹 이후로는 아직 뵙지 못했지만 내 두 번째 책이 나왔던 해에 얼굴을 마주하기도 했었다.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더니 선생님은 밀밭에 가 있다고 하셨다. 밀들이 바람결에 흔들리는 소리가 전화기 저편에서 가늘게 들리는 것만 같았다.


선생님은 새 책이 나오고 나면 사인회를 할 것이냐고 내게 물었고, 아직 나는 그것까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사인회를 하던 하지 않건, 선생님만을 위한 1대1일 사인회는 분명히 개최되지 않을까. 신간이 나오고 나면 선생님을 만나러 갈 테니까.


영어 선생님은 연락처는 있었지만, 너무 연락을 하지 않은지 오래되어 어쩌면 연락처가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저 석류입니다. 오랜만에 선생님 생각이 나서 연락 드려봅니다.’ 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되지 않아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다행히도 번호가 바뀌지 않았다.


오랜만에 듣는 영어 선생님의 목소리는 학창시절에 들었던 그 목소리 그대로였다. 목소리가 그대로라는 내말에 선생님은 살포시 웃더니, 내 목소리는 왜 이렇게 중후해졌냐고 물었다. 아마 내 목소리는 선생님이 생각하는 목소리보다 더 허스키해졌을 것이었다. 그 이유를 나는 알지만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선생님은 3년 전에 퇴임을 한 후, 김해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어쩐지 스승찾기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더라. 각 도의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인 스승찾기에는 현역에 있는 선생님들의 이름과 현재 근무지를 알 수 있다. 퇴임한 선생님들 같은 경우에는 검색이 되지 않는 게 최대 단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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