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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카타르 월드컵

기억의 단상 2023년 1월호

by 석류


2022년의 월드컵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항상 월드컵은 여름의 열기를 품고 있는 반팔의 계절에 열리는데, 이번 월드컵은 겨울에 열렸기 때문이다. 한 여름에 경기를 하기엔 카타르의 온도가 너무 뜨겁기에 최초로 겨울에 진행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한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을 나는 태국에서 대부분 보고 돌아왔다. 묘한 느낌이었다. 여름 국가에서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을 본다는 것 자체가.


티비가 설치되어 있는 대부분의 태국 펍에서는 당연하단 듯이 월드컵 축구 경기를 틀어 놓았다. 월드컵을 보며 맥주잔에 얼음을 넣어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는 순간들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첫 경기였던 우루과이 전을 장 언니와 둘이서 로컬 가게에서 본 것 외에는 우리나라의 경기가 있을 때면 항상 사람들과 한데 모여 응원을 하며 보았는데, 16강전을 제외하고는 항상 태국의 중계로 보아서 누가 지금 공을 잡고 있는지만 겨우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들어도 티비 속의 해설위원이 말하는 태국어는 알아듣기 힘들었으니까.


“손흥~민. 이강~인. 조규~성.”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거라곤 우리나라 선수들의 이름을 말할 때 뿐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여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지구촌의 축제를 따뜻한 나라에서 보고 있지 않은가. 이제까지는 국내에서 월드컵을 항상 보았는데, 해외에서 월드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특별한 설렘으로 다가왔다.


한국에 돌아와 8강, 4강, 결승전을 보며 나는 다시금 태국이 그리웠다. 그 나라에서 사람들과 잔을 맞부딪히며 축구를 보았던 순간들이. 마치 한 여름 밤의 꿈처럼 그렇게 겨울의 월드컵은 내게 결코 잊지 못할 강렬함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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