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꿈과 현실은 반대 (2)

기억의 단상 2023년 3월호

by 석류

S의 메시지를 보고 행복감에 젖은 상태로 잠에 들었는데, 어째 꿈은 악몽을 꾸고 말았다. 꿈과 현실은 반대라는 말처럼, 꿈은 꿈일 뿐이다.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꿔버린 악몽 때문에 혼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 번 꿈에서는 S가 홀연히 사라졌다면, 이번 꿈에서는 곁에 S가 있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계속 함께 하고 있었다.


아무리 사랑하고 좋아한다고 외쳐 보아도 S에게는 닿지 않는지, S는 나를 바라봐주지 않았다. 여전히 다른 사람만 볼 뿐이었다. 상처 받은 나는 꿈에서 소주를 몇 병이나 마셨다.


S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대만으로 여행을 갔는데, 그 곳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허광한의 모습을 발견했다. 광한이를 만나다니!


영화 촬영이 끝나고 자리를 뜨는 광한이를 향해 팬이라고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광한이가 나를 보며 싱긋 웃어주었다. 비록 S에게 상처 받아서 즉흥적으로 오게 된 여행이지만, 덕생덕사의 삶을 살기 때문인지 대만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한이를 만났으니까.


그러나 광한이를 만난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다시금 S를 떠올리며 끝없는 어둠속으로 침잠해 들어가고 있었다. 꿈이 이렇게 아파도 되는 걸까. S에 대한 감정의 깊이가 칼날처럼 나를 찔러와 더 아파질 때쯤 꿈에서 깼다.


꿈에서 깬 나는 실제로 아팠는데, 일하면서 무거운 중량물을 포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파스를 붙였음에도 팔이 아렸다.


아린 팔보다 더 아팠던 건, 꿈에서라도 S를 보고 싶다고 매일 염원했지만 내 염원과는 반대로 되었다는 거였다. 근래에 S를 꿈에서 만날 때면 항상 슬픈 내용으로 전개가 되는 게 갑갑하게 느껴진다. 내가 원했던 건 행복한 꿈이었는데.


지금 나는 분명히 행복한데, 왜 자꾸만 악몽을 꾸는 걸까. 너무 행복해서 깨어질까 두려워서 그런 걸까. 아니면 마음 한 구석에서는 초조함이 있어서 일까. 너무 멀리 있어서 자주 만날 수 없어서 불안한 걸까.


최소한 같은 나라에라도 살고 있다면, 나는 이미 꽤 많이 S를 보러 갔을 텐데.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마음을 표현할 수 없으니 가끔은 내 사랑이 휴대폰 속에 갇혀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S에게 더 자주 편지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매일 S에게 일기처럼 건넬 글들을 차곡차곡 쓰고 있지만, 그건 다음에 직접 만나서 건네줄 예정이라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때마침 발렌타인데이와 한 달 간격으로 화이트데이가 있다.


이번에는 주전부리와 함께 어떤 선물들을 S에게 보내면 좋을까 생각해본다. 택배를 받고 아이처럼 기뻐할 S의 모습을 상상하니 아까 꾸었던 악몽이 조금씩 흐릿해져 가는 것 만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꿈과 현실은 반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