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꿈과 현실은 반대 (1)

기억의 단상 2023년 3월호

by 석류



S에게 보낸 택배가 무사히 태국에 잘 도착했다. 발렌타인데이를 하루 앞두고 S에게 전달이 되었는데, 랜덤 관세에 걸리지 않고 도착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선물이라고 보냈는데, 받는 사람이 세금을 물어야 한다면 그게 과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으니까.


고단한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새벽녘, S에게 메시지가 24개나 와 있었다. 메시지의 개수를 보자, 아직 확인하지도 않았음에도 택배에 관련된 것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어림짐작했다.


내 예상대로 대부분의 이야기는 택배에 관한 것이었다. 나머지는 내가 보낸 메시지에 대한 답장이었고.


S는 택배를 건네받고 언박싱을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서 내게 보내주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S의 들뜬 모습이 태국에서 한국으로 전해지는 것만 같아서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S는 너무 감동이라고, 내가 멀리 한국에서 보내준 물건이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내가 2개 국어로 쓴 편지에는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중국어를 너무 멋지게 잘 썼다고 말해주었는데, 아직은 간체자가 익숙하지 않아 그림 그리듯이 엉성하게 쓴 중국어를 칭찬해주는 S를 보며 나 또한 감동이었다. 편지지도 너무 귀엽고, 온기가 느껴져서 행복하다고 말해준 것도 감동이었고.


택배를 받자마자 곧장 내가 보내준 한국어 교재 책을 펼쳐 가나다라부터 공부를 시작하는 S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핫팩보다 더 따뜻해졌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너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4계절을 함께 보며 맛있는 것도 먹고, 아름다운 곳들도 많이 다니고 싶다는 내 말에 함께 아름다운 경치를 더 많이 보자고 대답해주는 S.


우리가 만날 때쯤이면 한국어로 말할 수 있게 될 거라는 단단한 그 말투에 나도 의지가 불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꼭, S를 만나기 전까지 기본적인 중국어를 다 마스터 해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진주에도 눈이 올까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