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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ntasma

Fantasma 일곱 번째 이야기, 꿈

by 석류
꿈은 살아가다 보면 자주 변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아주 어릴 적에는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고, 그 다음에는 만화가, 다음은 축구선수, 그 후에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최종적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난 뒤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나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도 품었다. 활자로만 내 글을 보여주는 게 아닌 시각적, 청각적으로도 내 글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이 꿈들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예전에 내가 써놓았던 버킷리스트들이 있다. 메모장에 투박하게 갈겨놓듯 남겨놓았던 그 목록들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지만 몇 가지는 기억하고 있다. 활자로 내 글을 만드는 것, 영상으로 내 글을 다시 한 번 남기는 것, 집 앞에 조그마한 포도밭을 일구어서 내 손으로 직접 세상에 단 하나뿐인 와인을 만드는 것, 그 와인을 나의 보금자리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대접하는 것. 지금의 생각에 비교해볼 때 전체적인 틀은 변하지 않은 듯하다. 이 리스트들이 그리 어려운 꿈이 아니리라 믿는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해나가고 싶다. 이것 자체가 욕심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 바라는 건 없다. 이 정도면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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