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antasma

액정

Fantasma 팔십 한 번째 이야기, 액정

by 석류
깨져버린 휴대폰 액정을 들여다보는데 애처로워졌다. 깨진 액정이 나의 모습 같아서. 언제부터인지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는 채로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던 당신과 나의 사이. 어쩌면 이건 남보다도 못한 사이일지도 모르겠다. 참 지독하게도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던 당신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 역시도 당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지금 내 자리에서 충분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 이상을 바라는 당신의 이기가 참 미웠다. 나중에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당신과 나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될까. 깨진 액정이 수리받으면 새 액정이 되는 것처럼, 당신과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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