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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ntasmo Jun 20. 2022

안다는 건 무얼까?

타인과 타인에 대한 생각

안다는 건 무얼까? 나는 나를 여전히 모르겠다.


어느 날은 마구 울었다. 내가 원한 건 사랑받는 거였어. 내가 원한 건 그거였을 뿐이야라고 말하고 꺼이꺼이 울었다. 나는 사랑으로 가득 차 있어서 늘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일 줄 알았지만 내가 원한 건 사랑이었다.

사람과 사람을 포개어 쌓아가다 보면 결국은 우린 모두 적절하게 자기혐오, 자만, 외로움. 무력감들이 버무려진 존재들 뿐이란 걸 깨닫는다. 나는 그런 하나의 조각일 뿐, 그때 그 때 그래프에 측정되는 수치들만 다를 뿐이지. 나 또한 한 조각으로 포개여져있다.


늘 침대에 누우면 생각한다. 이 위 층에 같은 자리에 나 같은 사람이 누워있을까? 그는 어떤 꿈을 꾸나? 하루치의 피곤함을 달콤한 잠 속에서 어떻게 해결하나? 꿈 속에서 누굴 그리워하나? 걸음을 옮기며 그려온 세계와 생각들 평생동안 끌어안고 살아온 문제들 풀지못한 숙제들. 차곡차곡 쌓이는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이 건물이 무거워져 갸우뚱한다. 나는 어느새 짓눌려있다.


그렇게 낯설고 낯선 위층. 낯설고 낯선 거울 속 여자.


그저 그런 평온한 오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나 또한 아무 일도 없이 어제와 같은 나로 돌아간다. 안심하는 마음에 한숨을 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나는 좀 더 재미있기를 바란다. 그런 두 가지의 마음을 붙잡고 하루를 산다. 그래서 나는 늘 이 길도 저 길도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있다. 나는 늘 그렇다. 격렬하게 응원하지도 심각하게 부정하지도 못한 채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하고 초조해하며 갈림길에 서 있다. 지는 해에 나의 그림자를 들여다보지도 못한 채 멍하니 길을 바라본다.  




 

이 글은 이기리작가님의 <다른 모습>이라는 시를 읽고 생각나는대로 적어본 글입니다. 그 시를 읽고서 타인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동질감과 우리의 외로움이 닮아서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저도 그런 느낌을 자주 받는데요. 사람이 혐오스럽다가도 그래도 사람이 옆에 있어서 덜 무섭다고 느낄 때 저 스스로에게 놀래곤 한답니다.

그래도 사랑하며 사는 우리의 삶을 잘 말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그 시를 읽고 쓴 글이니 이기리 작가님의 시집을 꼭 읽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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